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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김창덕]대우조선 2조 원은 헐값?… 정치논리 버리고 판단해야

입력 2022-09-28 03:00업데이트 2022-09-2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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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1부 차장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의, 아니 한국 정부의 골칫거리나 다름없었다. 4조2000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된 2015년 당시에도 대우조선을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었던 게 아니다. 결국 대우조선 임직원 1만3000명의 삶의 터전을 공중분해시킬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이듬해 대우조선은 수조 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비리 기업’에 국민 혈세를 투입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어쨌든 대우조선은 살아남았다. 정확히는 연명했다는 표현이 더 맞다. 그러다 2019년 현대중공업의 품에 안길 기회가 생겼다. 인수대금 1조5000억 원, 추가 자금 1조 원을 더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총 2조5000억 원가량을 투입하는 시나리오였다. 워크아웃 졸업 후 18년 만이었다. 하지만 유럽 경쟁당국의 승인 거부로 올해 초 물거품이 됐다. 그 사이 대우조선의 경영지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부채비율 700%는 일반적인 민간기업이라면 벌써 두 손을 들었을 법한 수치다.

모두 아는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이유가 있다. 26일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소식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 ‘헐값’이니 ‘재벌 특혜’니 하는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화가 2008년 대우조선 인수가격으로 써냈던 6조3000억 원에 비해 이번 인수가격 2조 원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게 이유다.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에 도전한 해의 직전 연도인 2007년과 2021년을 단순 비교해 보자. 대우조선의 매출액은 2007년 7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4조5000억 원으로 줄었다. 2007년 영업이익이 2600억 원이었는데 지난해는 1조7000억 원대 적자를 냈다. 2007년 당시 8조8000억 원 수준이던 대우조선의 시가총액은 현재 2조3000억 원 수준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20여 년간 대우조선 민영화에 실패한 결과다.

물론 한화 인수조건은 확보 지분 대비 유상증자 규모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의 영구채 이자부담 경감과 기존 금융지원 방안 연장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제조업 분야의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정확한 인수조건은 알지 못하지만 솔직히 2조 원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CEO의 말이 틀리다면 ‘스토킹호스’ 방식을 통해 추가적인 경쟁 입찰을 했을 때 한화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설 것이다. 재계에서는 그럴 확률이 희박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중요한 건 한화가 인수한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지켜낼 수 있느냐다. 그래서 100명이든, 1000명이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대우조선 매각은 ‘성공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단순히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고 헐값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가격은 과거의 가치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가치”라고 했다. 헐값 논란이나 대우조선의 부활 모두 시장에서 결론이 나야 할 일이다. 그 사이 정치논리나 노조의 억지주장이 끼어든다면 대우조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고통만 더 쌓아가게 될 수도 있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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