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강화도 하반신 시신, 범죄 가능성 완전 배제하긴 어려워”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9월 27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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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지난달 서울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남성으로 추정되는 하반신 시신이 인천 강화도 인근 갯벌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범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26일 KBS ‘용감한 라이브’에 출연해 “확인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범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종 남성 A 씨는 지난달 7일 오전 1시 30분경 서울 공항시장역 근처에서 지인들과 헤어진 이후 이날 오전 2시 15분경 가양역 4번 출구에서 가양대교 방면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CCTV에 포착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휴대전화도 오전 2시30분경 여자친구와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전원이 꺼졌다.

그러다 지난 10일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의 광성보 인근 갯벌에서 낚시를 하러 왔던 시민이 하반신만 남은 시신을 발견해 119에 신고한 일이 있었다. 시신은 상당 부분 부패한 상태였으며 바지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A 씨의 외사촌은 “혹시나 싶어서 해양 경찰서에 전화해 물어봤다. DNA 결과가 나올 때까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더라”면서도 “발견된 옷은 동생 것이 맞다”며 이 시신이 A 씨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경찰은 하반신 시신의 유전자(DNA)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로 범죄 피해를 염두에 두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시신 훼손을 세세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고, 새벽 2시30분쯤 여자친구와 통화한 기록도 있다. 여자친구도 특이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본인 과실로 인한 추락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당시엔 비가 오지 않았다. 멀쩡한 성인 남성이 길을 가다가 추락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던 점을 언급하면서 “자연재해 때문에 시신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 시신이 흘러가다가 한강 그물 같은 것에 (걸려서), 부패가 많이 진행되면 분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신이 어떤 형태로 훼손됐느냐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확인할 것이다. 인위적인 흔적이 남아 있다면 범죄 사건의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물속에서 (시신이) 훼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 가출로 분리해 초동 수사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인 실종의 경우 가출로 간주를 많이 한다. A 씨는 자기결정권이 있는 20대 중반이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되진 못하고 처음부터 가출 처리가 된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가출 처리가 되면 위치 추적, 카드 사용 내역 등 개인 정보는 수사하기가 어려워진다. 동거 가족과 여자친구가 ‘가출할 이유가 없다’, ‘갑자기 전화기가 꺼졌다’ 등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것들을 수사했다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 강서경찰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DNA 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2주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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