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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기고/이호근]전기차 보조금 문제, 정부의 현명한 대응을 기대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입력 2022-09-27 03:00업데이트 2022-09-2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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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전기자동차 보급 속도는 각국 정부의 인프라 구축 및 보조금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 시장이 가장 큰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기업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내수시장 규모가 한국의 25배 이상이다. 중국 기업이 자국 내에서만 전기차를 팔아도 한국 규모 25개 나라에 수출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몸집을 키운 후에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이 자국 우대 정책을 펼 때 우리 업계는 당혹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마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법에 따르면 미 정부는 앞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3개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생산지 조건 외에 배터리 소재와 부품의 자국 내 공급 및 생산 기준도 매우 까다롭다. 결국 한국의 자동차 및 배터리 회사가 미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 발효 즉시 우리 기업의 전기차가 미국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전기차 대전환에 맞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선점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산지 요건이 없는 한국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부당하게 퍼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확인 결과, 올 상반기(1∼6월) 기준으로 지급된 전기차 보조금 5362억 원 가운데 87.5%인 4693억 원이 국산차에 지급됐다. 국산 전기차에 대한 지급 비중은 2020년 75.3%, 지난해 83.6% 등 매년 늘고 있다. 미국산 전기차에 지급된 보조금은 올해 3.1% 수준이며, 금액으로는 166억 원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든다. 특별히 전기차 보조금 체계에 원산지 기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국산 전기차에 알아서 많이 지급된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그동안 환경부가 운영해 온 보조금 지급 기준은 국내 산업 여건 등을 고려해 매년 개편되고 있다.

일례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6000만 원과 9000만 원의 ‘허들’을 만들어 차량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고가 수입차에 보조금이 무분별하게 지급되는 것을 제한해 왔다.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핵심 성능이 우수한 전기차에 보조금이 많이 지급되도록 신경을 쓴 결과이기도 하다.

어떤 제품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자원, 시장, 기술력 및 규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 규모가 작은 국가다. 결국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외 수출을 통해 먹고살아야 한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나 미국과는 입장이 다르다.

당장의 감정으로 외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피해가 커진다. 특히 한국보다 8배 이상 큰 유럽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상호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한국은 전기차 외에 휴대전화 등 다양한 제품을 세계 시장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보조금 제한을 하면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기차 보조금이 세금으로 지급되는 만큼 정부가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전체적인 국익 관점에서 현명하게 판단하고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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