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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동아광장/이성주]과학기술 정책의 ‘글로벌 허브’로 가는 길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입력 2022-09-27 03:00업데이트 2022-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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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경쟁심화, 국가전략 필요성 커져
기술주권 확보·성장시킬 과학정책 절실해
정책 전문인력 육성해 선도국가로 나아가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 이어 최근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다.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이 공제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국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빠르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향후 산업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산업 안보와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 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 주권이란 국가 경제와 국민 복지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국가가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에서 우리나라가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과학기술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과학기술 정책이란 과학과 기술에 대한 국가의 정책으로, 크게 ‘과학을 위한 정책’과 ‘정책을 위한 과학’으로 구분된다. ‘과학을 위한 정책’이란 과학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국가 정책으로 연구개발 지원 정책, 과학기술 인력 및 행정조직 정책 등이 포함된다. 내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처음으로 30조 원에 진입했다. 이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관한 정책이 연구개발 지원 정책이다. 한편 정부는 핵심 기술 분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국정 과제로 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는 향후 10년간 15만 명의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는 과학기술 인력 정책이다.

‘정책을 위한 과학’이란 일반적인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최선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적 방역과 같이 팬데믹 상황에서 보건 정책을 수립하거나 탄소 중립에 대응하는 환경 규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과학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후 변화, 인구 감소, 양극화 같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안을 찾는 데 과학기술의 역할이 강조됨에 따라 앞으로 정책을 위한 과학의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술 변화로 인한 사회 변화를 예측해 사전에 대응 방안을 도출하는 것도 이 영역에 포함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미래 일자리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 예측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책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지만 그 과정에서는 다양한 요소가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은 분야별 특이성을 고려해야 하며, 그 성과를 단기에 관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더욱 쉽지 않다. 따라서 기술적 전문성과 정책적 전문성을 모두 보유한 과학기술 정책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정책 전문인력이란 과학을 위한 정책, 그리고 정책을 위한 과학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인력이다. 업무의 과정을 설명하는 PDCA(Plan-Do-Check-Act) 사이클 관점에서 살펴보면 정책을 수립하는 인력, 정책을 실행하는 인력, 정책 성과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인력이 모두 해당된다. 정책적 의사결정에서 민간기업을 고려해야 하므로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의 정책담당자 또한 과학기술 정책 전문인력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핵심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 분야가 잘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과학기술을 사회와 연결하는 정책의 발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에서 과학기술 정책 전문인력 육성·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향후 과학기술 정책 전문인력의 육성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영국 서식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SPRU)는 과학기술 정책 분야에서 영국 1위의 싱크탱크 기관이자 개발학 분야 세계 1위의 기관이다. 전 세계 실무자들이 자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SPRU에 모이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SPRU에서 우리나라는 지원을 받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가로 성장한 유일한 국가로, 늘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되곤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선도기업의 혁신 모형과 이를 뒷받침하는 우리나라의 국가 정책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정책 연구와 인력 양성의 글로벌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과학기술의 흐름을 읽고, 더 나아가 이 흐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국가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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