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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쌀 1조 원 추가 수매, 공급 안 줄이고 매년 사들여 ‘떨이’할 건가

입력 2022-09-27 00:00업데이트 2022-09-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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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양곡관리법 개정안 격돌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거세게 맞붙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왼쪽 사진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 상정 강행에 항의하며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으로 맞대응했다. 오른쪽 사진은 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민주당 위성곤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공동취재단
정부와 국민의힘이 쌀 45만 t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1년 전보다 25% 내린 쌀값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조치다. 정부의 쌀 매입 규모로는 역대 최대로 이번 조치에 투입되는 예산만 1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결정을 한 건 작년과 올해 계속되는 풍년으로 쌀 생산이 늘고, 가격은 떨어져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과잉 생산된 쌀 전량을 정부가 매년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양곡관리법을 고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이에 대응해 당초 계획보다 많은 쌀을 서둘러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쌀 공급이 넘치는 건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로 소비량이 빠르게 주는 데 비해 생산량은 더디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2005년부터 작년까지 17년간 29.4% 줄었는데 같은 기간 생산은 18.5% 감소에 그쳤다. 평년작만 돼도 한 해 20만 t의 쌀이 과잉 생산된다. 올해에는 이미 시장격리, 공공비축에 1조9000억 원이 쓰였고 이번 결정으로 1조 원이 더 들어가는 등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격리된 쌀은 3년 보관된 뒤 매입가 10∼20%의 헐값에 가공용 등으로 ‘재고 떨이’하기 때문에 투입된 혈세 대부분이 사실상 증발된다.

쌀 과잉 생산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정부도 쌀값 하락분을 메워 주던 변동직불금을 토지 면적 등에 따른 방식으로 고치고, 다른 작물을 심으면 지원금을 주는 등 생산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생산은 연평균 0.7%씩 미미하게 줄고 있을 뿐이다. 고령 농민들이 기계화 비율이 높아 부담이 적은 논농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이는 일이 반복되면 농민들은 ‘쌀농사는 손해 보지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된다. 공급 과잉이 계속되고 쌀값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끊기 위해 쌀 생산을 조절할 확실한 보완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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