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위험성 파악하는 ‘생명지킴이’… 전 국민이 배워 소중한 생명 구하자[기고/황태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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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끊이지 않는 동반자살 사건
복지-의료 인력전문 교육 필요
자살 징후 파악, 예방조치 해야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 12월, 미국 뉴욕에서 공공 정신의학을 연수 중이던 어느 날이었다. 치솟는 환율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 요로결석으로 응급입원을 하게 되었다.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할 무렵, 병원의 직원이 찾아와서 입원료를 어떻게 지불 할지에 대해 물었다. 지불이 어려우면 분할도 되고 보조금 신청도 할 수 있다고 상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여행자 의료보험 가입을 한 상태여서 문제가 없다고 답하면서 ‘미국에서는 나의 재정 상태에 대해서도 염려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한 달 전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사건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어머니의 암, 자매의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인한 치료비 부담이 지속되어 결국 생활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세 모녀가 동반 자살에 이르게 된 상황이었다.

정부에서는 2014년 서울 송파 세 모녀가 만성질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비극적인 선택을 한 사건 이후 세 모녀 복지 3법, 즉 ‘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사회보장급여법’을 제정 및 개정하였으나, 그들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사회는 귀한 생명을 떠나보냈다.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실제적인 복지안전망과 핫라인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결국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살해 후 자살’ 현황 분석 조사에 따르면, 단독 자살에 비해서 외부에 신호를 보낸 경우가 적었다. 외부와의 접촉이 적은 경우 특히 그러한 경고 신호를 파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가정의 경우 이들과 접촉하는 모든 사회복지, 의료 인력이 생명지킴이 교육을 받고 자살 경고 징후를 파악하여 예방조치를 해야 생명을 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생명지킴이교육은 2013년부터 시작되었고 지난해까지 누적된 총 교육 인원은 556만 명이다. 자살 위험성을 조기에 파악하는 생명지킴이가 되는 데 고도의 전문성이나 학식은 요구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위험군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인지하고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에 연결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 하거나, 접촉을 피하거나, 신변을 정리하거나,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나타나는 등 언어·행동·상황적 신호를 보내는데, 이러한 신호는 일반인들도 교육을 통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오늘 하루도 약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한 생명지킴이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생명지킴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면 지금 바로 참여해 보기를 권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제공하는 온라인학습관리시스템을 통해서 언제든 가능하다. 전 국민 생명지킴이 활동을 통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길 바란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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