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 한-일 차별” 마차 시위… 게임업체 “개선”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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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게이머들 ‘불공정’ 이슈엔 적극 행동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논란… 고위 책임자 사퇴까지 이어져
불투명한 확률형 아이템 반발… 트럭 동원해 전광판 시위하기도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서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마차를 내세워 게임사 측의 미숙한 운영 등을 지적하기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성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서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마차를 내세워 게임사 측의 미숙한 운영 등을 지적하기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성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용자들과의 공개 간담회 후 게임을 담당하는 고위 책임자를 교체하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습니다.”

모바일 육성 게임 ‘우마무스메’를 퍼블리싱(배급)하는 카카오게임즈는 2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지사항 게시글을 올렸다. TF장을 맡은 카카오게임즈 김상구 본부장은 “공개 간담회를 통해 많은 개선 요구와 질책을 받았다”며 “내용을 잘 정리해 가능한 것부터 빠르게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기를 끈 게임의 책임자가 불과 3개월 만에 교체된 것은 이른바 ‘MZ세대’ 게이머들이 제기한 불공정, 투명성 논란 때문이다.

일본 게임업체가 개발한 우마무스메는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6월 말 한국에 출시됐다. 한 달 만인 7월 말 구글과 애플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우마무스메 이용자들 사이에서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 미숙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일본에서는 핵심 아이템을 1년간 배포했는데 한국에서는 1개월만 제공했다”거나 “게임 속 메인 이벤트를 일본 서버에서는 3주일 전부터 예고했는데 한국에선 불과 3일 전에 공지했다”는 이유였다.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경 경기 성남시 판교역 주변 도로엔 검은 말이 이끄는 흰색 마차가 등장했다. 회사를 겨냥해 일명 ‘마차 시위’에 나선 것이다. 마차에는 ‘일본과의 차별 대우, 한국 유저 무시하나’ 등의 현수막이 붙었다. 마차는 6시간가량 판교역 주변을 맴돌다 떠났다.

파장이 커지자 카카오게임즈는 이용자 단체 측의 요청에 이달 17일 성남시 본사에서 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용자 단체 대표 7명이 참석해 7시간 넘게 카카오게임즈의 늑장 대처를 비판하며 아이템 구매 비용 등의 환불 조치를 요구했다. 장시간 진행된 공개 간담회에서도 양측이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카카오게임즈는 책임 임원까지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MZ세대 게이머들은 지난해부터 게임과 관련한 불공정, 투명성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불투명한 확률형 아이템에 반발해 일부 게임사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인 게임 이용자들이 트럭 전광판에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구호를 드러내는 시위를 직접 기획하고 돈도 모았다.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책에 반발해 인기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떠나는 이용자들을 뜻하는 ‘메난민’(메이플스토리 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공정한 정책과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해도 ‘영업비밀’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프라인 시위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데다 이용자들도 새로 출시한 게임의 과금 체계, 확률형 아이템 정책을 검증하고 나서자 게임사들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게임사들은 최근 신작 발표를 할 때 확률형 아이템 도입 여부부터 밝힌다. 수익을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에 적용했다면 얼마나 합리적으로 시스템을 설계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과 교수는 “지난해 트럭시위, 올해 마차시위 모두 게임사가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발생한 사건”이라며 “젊은 게이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서비스 정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게임 아이템#마차 시위#한-일 차별#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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