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체, 탈중국…SK는 잠비아, LG엔솔은 캐나다와 손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3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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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 감축법’에 공급망 다변화 가속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스1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스1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탈중국화’와 공급망 다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에서 잠비아 대통령을 만나 구리 등 배터리 제조의 핵심 원자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캐나다 3개 광물업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배터리 원자재를 공급받기로 했다.

2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일(현지시간) 미 뉴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분야 핵심 원재료와 관련한 민관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은 세계 1위 동박 제조업체인 SK넥실리스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핵심 소재로, 구리를 첨단기술로 얇게 만든 막이다. SK는 잠비아의 구리광산을 활용해 향후 원자재를 다변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이 발효한 IRA에 따르면 내년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잠비아는 미국과 교류가 많은 우호국으로 알려져 있다. SK넥실리스 모회사인 SKC 관계자는 “잠비아뿐 아니라 IRA과 관련해 북미에 동박 공장을 짓는 투자 후보지도 현재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 협력 외에도 잠비아가 태양광과 수력 등 그린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전환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기에 잠비아의 제조 역량을 향상시키는 좋은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또 최 회장은 히칠레마 대통령을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지도 요청했다.

22일(현지 시간) LG에너지솔루션도 캐나다 광물업체인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우레이크와 각각 MOU를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황산코발트·수산화리튬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IRA 발효 이후 북미 지역 내 배터리 핵심 연료를 채굴·가공하는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캐나다는 니켈 매장량 5위, 정련 코발트 생산 3위 등 배터리 원자재가 풍부한 광물 수출 국가로 꼽힌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이번 MOU는 중장기 사업 전략 발표를 통해 핵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북미 시장 내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앞서 올 6월에는 미 리튬 생산업체 컴파스 미네랄과 MOU를 체결하고 2025년부터 7년 간 이들이 생산하는 친환경 탄산·수산화리튬의 40%를 공급받기로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기업들이 IRA 발효 등 중국 리스크로 인해 원자재 확보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이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라며 “특히 미국 시장은 유럽보다 더 빠르게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점도 기업들이 북미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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