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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바다에서 배우는 물에 대한 지혜[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66〉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입력 2022-09-23 03:00업데이트 2022-09-2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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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물은 하늘에서 비로 만들어져 내린다. 얼마 전 태풍의 영향으로 큰비가 내리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파도가 부락을 덮치거나 강이 범람한 결과였다. 강은 높고 바다는 낮아야 강물이 바다로 쉽게 흘러간다. 만조가 되어 바다의 수위가 더 높으면 강물이 역류되어 낭패를 본다. 물로 된 강과 바다는 이와 같이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비로 내린 물은 바다로 들어가 해수가 된다. 해수는 염분기가 있어서 바로 마시지 못한다. 선박에서 먹고 마시는 물은 어디서 구할까? 배에는 물탱크가 있다. 마시는 물을 육지에서 실어야 한다. 1980년대 아직 식용수가 시판되지 않을 때였다. 외국 항구에서 물을 싣게 되면 약간의 돈을 내야 했다. 물을 파는 작은 배가 왔다. 물은 공짜였지만 운반비를 받았다. 배에서 물탱크가 너무 크면 화물을 더 싣지 못한다. 그래서 30일 정도 마시고 쓸 물을 실을 작은 공간만 있다. 물을 모든 항구에서 보급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 보급이 원활하지 못한 곳에 들어가면 낭패를 본다. 튀르키예(터키)의 어느 항구에 들어갔다. 물을 공급받을 수 없어서 다른 항구로 찾아가야 했다. 물이 바닥이 날 지경에 이르자 선장은 절수명령을 내렸다. 고양이 세수만 할 수 있었다.

한번은 물을 일본에서 싣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로 가져다줄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본사에서 받았다. 그 섬에는 주민들이 마실 물이 없어서 물을 수입한다고 했다. 식용수라면 화물창을 아주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식용수를 수출한다고 하니 신기했다. 그 전에 실었던 화물을 내리고 화물창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식용 페인트칠을 해야 했다. 물과 같은 액체는 선창 공간을 100% 가득 채워 실어야 한다. 적게 실으면 항해 중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물이 급격히 그 방향으로 쏠려서 배가 전복되기도 한다. 선장과 항해사들이 이런저런 물의 선적과 항해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 섬나라로 갈 항해가 취소돼 아쉬웠다.

이제 해수는 식용으로도 상용화됐다. 바다 깊숙한 곳에서 심층수를 끌어와 가공해 500mL 한 통에 1000원 정도 받고 식용수로 판매한다. 심층수는 온도가 0도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은 바로 냉동시켜 판매하므로 많은 얼음이 필요하다. 15도인 상온의 물을 얼음으로 만드는 데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당연히 비싼 전기료가 발생한다. 0도의 심층수를 끌어온다면 쉽게 얼음을 만들 수 있어 전기료가 절약된다.

바다에 떠있는 선박 안으로 물이 들어오면 배는 침몰한다. 충돌되어 파공이 생겨도 바닷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 선박 좌우에 이중으로 철판을 넣고 바닥에는 50cm 높이의 공간을 둔다. 선박에 구멍이 나 해수가 들어오더라도 그 내부에 물을 가둘 수 있다. 이를 하천이나 바다에 면한 거주지에 응용해 보자. 하천과 아파트 사이에 5m 너비의 깊은 공간을 만든다. 성곽의 해자(垓字)와 같은 모양이다. 하천을 범람한 물은 이 공간에서 모인다. 배수로를 잘 만들고 배수펌프도 비치하자. 자연의 이치를 잘 알고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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