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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한국 미술에 쏠린 세계의 관심, 거품 안 되려면[K-아트의 현주소/김주원]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입력 2022-09-23 03:00업데이트 2022-09-2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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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성황리에 열린 ‘프리즈 서울’ 풍경. 뉴시스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프랑스의 ‘좋은 시절’을 의미하는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다섯 차례의 만국박람회를 열며 파리가 호황을 누리던 시기와 거의 같다. 1855년부터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는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들였고 파리는 기술과 무역, 예술과 문화, 그리고 관광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른바 만국박람회 효과다.

만국박람회 효과의 또 다른 양상도 있다.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만개했던 일본 환상과 ‘자포니즘(Japonism·일본풍)’이다. 1860년대부터 일본은 파리, 런던, 빈 등지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이상적인 민족,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줄곧 제시해 왔다. 이후 일본은 유럽 문명보다 더욱 뛰어난 신비롭고 이상적인 이미지로 통했다.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예술가들의 화면에 유행처럼 인용되었으며 서구 미술사의 새로운 조형 실험을 견인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유포된 자포니즘은 30∼40년간 지속되면서 일본의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성취하게 하였다. 파리의 ‘벨 에포크’가 자국 내에서 개최한 만국박람회 효과라고 한다면, ‘자포니즘’은 서구의 만국 박람회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일본 문화 외교의 결과였다.

이달 초 한국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와 ‘프리즈 서울’은 동시대 예술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연일 국내외 관람객으로 성황이었다. 이 기간을 전후해 영국 테이트미술관,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의 미술관장을 비롯해 국제적인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들어왔다. 이들은 일정을 쪼개 한국의 중견 작가들을 직접 만나거나 작가의 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 갤러리를 찾기도 했다.

최근 ‘프리즈 서울’과 무관하게 국제적으로 한국을 동경하고 그 이미지를 소비하는 ‘한국 현상’도 심상치 않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은 ‘한류! 코리안 웨이브’ 전시를 24일부터 개최한다. LACMA에선 한국 근대미술 전시 ‘사이의 공간: 한국 미술의 근대’가 얼마 전 개막했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 한국 대중문화의 소프트 파워는 연일 세계인들에게 한국 환상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분야를 넘어 부는 ‘한국 현상’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프리즈 서울’의 향후 효과를 이어갈 계획과 전략이 있느냐이다. 어느 평론가의 지적대로 ‘프리즈 서울’은 한국 현대미술의 ‘다층적 버블 잔치’의 표상에 그칠 수 있다. 국제적인 미술계 인사들이 한국 예술에 대해 더 깊은 인식을 갖게 만들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벨 에포크, 일본의 자포니즘은 각각 나폴레옹 3세와 메이지 정부의 원대한 포부, 목표 설정, 장기적 계획 아래 깊숙한 개입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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