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음란물 유포자 임용 못막는 지방公社… 35곳 모두 제한규정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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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벌금형 결격’ 규정 있지만, 음란물 유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법률상 성범죄로 간주 안돼 ‘구멍’… 공무원-중앙정부 산하 공기업은
지난달 결격사유 추가해 입법예고, 행안부 “지방공기업도 포함 추진”
“범죄조회 권한 없어 한계” 지적도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31·구속)은 2018년 온라인 음란물 유포로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같은 해 서울교통공사에 문제없이 입사했다. 서울교통공사 인사 규정에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을 입사 결격 사유로 규정했는데, 온라인 음란물 유포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동아일보가 광역자치단체 산하 공사 35곳을 조사한 결과 음란물 유포를 채용 결격 사유로 규정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뒤늦게 “관련 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음란물 유포자 입사 못막는 지방公社… 채용제한 규정 없어


광역자치단체 산하 공사 35곳 가운데 음란물 유포를 채용 결격 사유로 규정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허점 때문에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31·구속)은 2018년 온라인 음란물 유포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같은 해 서울교통공사에 합격했고, 최근 입사 동기를 상대로 스토킹 끝에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허술한 규정 탓에 범죄자가 사전에 걸러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자 행정안전부는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 음란물 유포범도 공사 임용
동아일보는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해 17개 시도 산하 공사 35곳의 인사규정을 전수 조사했다. 공사들은 대체로 형사 처분과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기를 마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을 임용 결격사유로 규정했다. 범죄 특성상 성범죄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보 조사 결과 전주환이 저질렀던 온라인 음란물 유포죄 이력을 채용 결격사유에 포함시킨 공사는 한 곳도 없었다. 온라인 음란물 유포는 정보통신망법(제74조 1항 2호) 위반으로 처벌되는데, 성폭력처벌법 위반만 결격 사유로 규정해 생기는 일이다. 결국 음란물을 유포해 벌금형을 받아도 공사 입사에 제약이 없는 것이다.

공무원과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도 음란물 유포자에 대한 임용 제한 규정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국가공무원법 역시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임용 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공기업의 경우 통상적으로 공무원법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한다.

이 때문에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에 음란물 유포 범죄 이력을 포함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임용 결격 및 자동 퇴직 사유에 온라인상 음란물 유포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를 추가했다. 해당 개정안은 다음 달 11일까지 의견수렴이 진행 중이다.
○ “공기업 직원도 채용 전 신원 조회해야”
다만 국가공무원법이 바뀌더라도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사 인사규정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지자체 산하 공사의 경우 지방공무원법을 준용하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21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등 온라인 성범죄도 결격사유에 포함하도록 조속히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이 바뀌어도 정부나 지자체 산하 공사가 범죄 전력을 조회할 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채용 지원자나 직원이 신원조회에 동의하지 않으면 범죄 이력을 조회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공기관운영법과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임직원 모두 신원 조회가 가능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지금은 임원에 대한 조회만 가능하다”며 “결격 여부를 직원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공기업은 대국민서비스라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범죄 사실 유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다만 직업의 자유를 무한정 침해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음란물 유포자#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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