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 정부가 보상” 첫 판결 파장…줄소송 사태 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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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20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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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협의회는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했다. 2022.9.15/뉴스1
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협의회는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했다. 2022.9.15/뉴스1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질병당국과 법조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백신의 안정성을 설파하며 접종을 독려해온 방역당국이 정작 후유증 발생시 의료적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진데 대한 비판·불만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지 백신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전에 나선 사례는 9건으로 집계됐다. 인과관계 입증 어려움 등으로 보상 청구를 포기하거나 소극적이었던 피해자들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 당국을 상대로 줄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즉각 항소에 나서는 등 보상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장기 소송전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법원 “백신 후유증 국가가 보상”…“입증책임 질병청에” 특별법도 발의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30대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지난해 4월29일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투여받았고, 이튿날 발열 증상을 느꼈다. 다음달 1일에는 양다리 저림과 부어오름, 차가움과 뜨거움이 반복되는 감각 이상, 어지럼증을 느꼈다며 응급실에 내원했다. 검사 결과 뇌에서 소량의 출혈성 병변이 확인됐다.

그는 같은달 8일 뇌내출혈과 함께 뇌혈관 기형의 일종인 대뇌해면기형을 진단받았고, 20일에는 다리저림 관련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 배우자는 진료비 337만1510원, 간병비 25만의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보상위원회)는 백신보다는 다른 원인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뇌혈관 기형은 백신 이상 반응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예방접종 등에 따른 피해의 국가보상을 규정한 감염병예방법 제71조는 필수예방접종·임시예방접종에 따라 예방접종을 받을 경우 이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할 경우 진료비 전액 및 정액 간병비, 일시보상금 등을 보상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 후유증과 질병·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 의료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는 사실상 보상길이 막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의심되는 2421명 중 인과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단 8명으로, 총 의심사례의 0.3%에 불과하다. 코백회는 중증환자들도 인과성을 인정받는 경우는 1% 미만이라고 주장한다.

백신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정부의 적극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방역당국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이에 코백회는 지난 15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하기도 했다.

백신 후유증·피해 보상에 소극적인 정부 태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정치권도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백신접종 후 이상반응과 부작용을 백신접종으로 인한 피해에 포함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피해보상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히 강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은 백신 접종과 후유증·장애·사망 등 분쟁 발생시 피해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질병관리청장이 부담하도록 했다. 비전문가인 일반인 대신 정부가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여서 법 통과시 방역당국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김부겸 총리, 유은혜 부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2.5.6/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김부겸 총리, 유은혜 부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2.5.6/뉴스1
◇첫 판례에 후속 재판도 영향…중증 피해시 국가상대 소송 늘어날 듯

백신 접종 후유증에 대한 정부 보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이 나오면서 그간 인과관계 입증 어려움과 정부 상대 소송에 부담을 느껴온 이들이 대거 줄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피해보상과 관련한 국가배상 소송은 9건이 진행 중이다. 판례를 중시하는 사법부 기조를 감안하면 이번 판결은 남은 8건의 소송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은 즉각 항소에 나서며 법적다툼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1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상요구 및 그에 따른 재정적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추가적인 소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항소를 제기했다”며 “앞으로 다른 소송과 마찬가지로 의학적 근거와 백신의 이상반응 정보, 여러 제도적 절차에 기반해 적극적으로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불복 의사를 분명히 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판결로 일부 법정다툼을 결심하는 이들이 나올 수 있지만 판례가 1건에 불과하고, 항소심과 상고심 등이 남아있어 언제든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송이 급격히 증가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변호사 선임 비용과 법원을 오가는 시간, 노력을 생각하면 경미한 사안까지 소송하기는 쉽지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중증환자, 사망자 중 백신 후유증 의심정황이 뚜렷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의 경우엔 국가를 상대로 다퉈보겠다는 이들이 이전보다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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