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표 차 예상못해”…與선거, 윤핵관 분화로 주호영-이용호 접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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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주호영 의원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주호영 의원
“19표 차 당선을 예상했던 의원들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19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5선 주호영 의원이 61표를 얻어 새 원내사령탑으로 당선된 직후 한 중진 의원은 선거 결과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선거가 진행됐던 국회 본청 의원총회에서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몇몇 의원들은 나지막한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 “윤핵관 현주소 보여준 선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 안팎에선 ‘주호영 추대론’이 일찍부터 거론됐다. 주 원내대표가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 직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기도 했던 만큼 위기 상황 수습을 위한 적임자라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을 중심으로 추대론에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결론은 달랐다. 추대론에 반발하며 전격적으로 출마 선언을 했던 재선 이용호 의원이 42표를 득표하며 “사실상 추대형 경선에 가까울 것”이라던 전망을 깨트린 것. 이 의원은 “바닥에 깔린 민심,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그렇게 자리매김한 것”이라며 “오늘 경선이 국민의힘에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권 전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사이가 벌어지며 윤핵관이 분화한 상황이 선거 결과에 반영됐을 것”이라며 “권 전 원내대표가 주장했던 추대론에 장제원 의원이 침묵하면서 실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헷갈려 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선거 직전 정견 발표에서 이 의원은 “윤심 때문에 상당히 헷갈리셨을 텐데 저는 윤심인지 권심인지 잘 모르겠다”며 권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수평적인 당정 관계를 기대한 의원들의 표심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전 원내대표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80표 넘게 득표하며 압도적으로 당선됐지만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면서 이번엔 건강한 당정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기류도 곳곳에서 감지됐다”며 “주 원내대표가 두 번째 원내대표직을 맡게 된 것도 예상보다 적은 득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첩첩산중 과제 떠안은 새 원내사령탑

주 원내대표는 이날 “압도적 다수인 야당의 공세를 어떻게 잘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예상 밖 접전에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기국회 대야 협상 전략 수립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가 주 원내대표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야권의 파상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지 주목된다. 또, ‘노란봉투법’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에 대해 주 원내대표가 ‘거부권 행사 건의’ 카드로 강경 대응할지 물밑 협상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낼지도 관건이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는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무슨 문제를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이해와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처리도 새 원내지도부가 진두지휘해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추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요 변수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사법부가 또 다시 제동을 걸 경우 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당을 이끌어야 하는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주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와의 관계 때문에 당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해는데 제가 판단하기에는 하나가 됐으면 제일 좋겠다”며 “진행되는 절차에 따라 정리돼 가는 걸 봐 가면서 당원, 의원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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