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대신 ‘강한 야당’… 기초연금법 등 이재명표 법안 밀어붙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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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쟁점 법안 강경대응 주문

지난 16일 전북 김제 벌판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라이브 캡쳐
지난 16일 전북 김제 벌판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라이브 캡쳐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서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그것이 민생위기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킬 정치의 의무다.”(15일 페이스북)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16일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강한 야당’을 표방하며 연일 당에 ‘이재명표 법안’을 주문하고 있다. 19일 시작하는 국회 대정부질문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확실한 정책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나선 것.

야권 관계자는 “‘민생’ 키워드를 내세울 수 있다면 다수 의석을 활용한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법 리스크에 대한 정면 돌파를 시도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해석했다.
○ 李 “민주당 다수 의석 활용해야”
지난달 당 대표 선출 직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을 여러 차례 제안하는 등 ‘협치 모드’를 이어 오던 이 대표가 ‘강경’ 노선으로 본격 전환한 것은 검찰의 기소 이후다. 14일 “정부는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데 이어 최근 연일 날 선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재명호 출범 직후부터 먼저 정부 여당에 협치를 제안했지만 반응이 없으니,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선정한 민주당의 22대 민생 입법 과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쌀값 정상화법’(양곡관리법 개정안) 외에도 ‘기초연금 확대법’(기초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금리폭리방지법’(은행법 개정안),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장애인국가책임제법’ 등 이른바 ‘이재명표’ 법안들로 확실한 존재감을 부각한다는 것.

당도 이 대표의 노선 전환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입법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권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 대표가 강경 대응을 주문한 지 하루 만이다. “거대 야당의 불법 날치기”라는 여당의 반발에 도리어 이 대표는 “이런 것이야말로 속도전으로 국민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당을 치켜세웠다.

민주당은 같은 날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현재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기초연금을 올려 지급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이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연금 인상’을 주문한 지 3일 만이다.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은행이 이자율 산정 방식과 근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금리폭리방지법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진됐던 플랫폼 업계 규제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비롯해 계약 기간 중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을 때 계약 종료 시 대금을 의무적으로 조정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등이 정기국회 주요 쟁점 법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2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자연재해 지원금 현실화, 불법사채 무효법 등 ‘이재명표’ 민생 법안들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 尹 정책 향한 날 선 공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대표는 자신의 정책은 부각시키는 한편 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선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의 영빈관 신축 논란이 일자 “(예산 878억 원은) 수재민 1만 명에게 1000만 원 가까이 줄 수 있는 돈”이라며 “어쨌든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못 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의 의무”라고 했다.

이 대표는 9·19군사합의 4주년을 하루 앞두고 18일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비싼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했다. 이 대표는 관련 토론회 축사에서 “대북 강경론과 선제 타격론을 주장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며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사실상 재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정기국회#기초연금법#양곡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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