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땡볕 숨차도… ‘700년 고도’ 마라톤, 7000명 가슴 벅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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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공주백제마라톤]
3년 만의 대면 레이스에 설렜지만 때아닌 무더위에 살수차도 동원
송재영씨 등 4명 꿈의 ‘서브 3’… 풀코스 2번째 김현경씨 여자 1위
근육 위축되는 병 앓는 배재국씨, 아버지와 함께 휠체어로 하프 완주

18일 공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동아일보 2022 공주백제마라톤에 참가한 마스터스 마라토너 7000여 명이 힘차게 출발선을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대회는 초가을답지 않은 무더운 날씨 
속에 열렸지만 참가자들은 달리는 그 자체로 즐거워했다. 공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공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동아일보 2022 공주백제마라톤에 참가한 마스터스 마라토너 7000여 명이 힘차게 출발선을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대회는 초가을답지 않은 무더운 날씨 속에 열렸지만 참가자들은 달리는 그 자체로 즐거워했다. 공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백제 ‘700년 고도(古都)’에서 열린 동아일보 2022 공주백제마라톤은 3년 만에 돌아온 ‘마라톤 축제’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오전 9시 출발을 앞두고 기온은 섭씨 27도, 습도는 75% 가까이 올라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났다. 하지만 출발지인 공주시민운동장에 모인 참가자 7000여 명은 저마다 운동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오랜만에 마련된 축제를 기념하기에 바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레이스로 열린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달림이들은 출전 그 자체로 행복한 모습이었다. 마라톤 마니아 서주식 씨(49)는 “3년 전 서울마라톤 이후 첫 레이스였다. 코로나19 탓에 이런 메이저 대회가 열리지 않아 정말 아쉬웠다. 오늘 한풀이처럼 달렸다”고 했다.

오전 10시부터 체감 온도는 섭씨 30도를 넘어섰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풀코스 선두권 선수들조차 레이스 중 몇 차례나 걷다 뛰기를 반복했을 정도였다. 결승선에는 2003년 대회 이후 처음으로 살수차가 등장해 완주한 사람들의 열을 식혀줬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풀코스 남자부에서는 2시간52분23초로 우승한 송재영 씨(33)를 포함해 4명이 마스터스 마라토너 꿈의 기록인 ‘서브 3’(3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를 달성했다. 레이스 내내 선두를 지켰던 송 씨는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포기만 안 하면 1등이라는 생각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19년 서울마라톤 마스터스 풀코스 남자부에서 개인 최고기록(2시간27분24초)으로 1위를 한 송 씨는 이번이 두 번째 우승이다. 송 씨는 “내년 2월 결혼 예정이라 원래 (10월 16일 열리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우승한 후 프러포즈를 하려고 했다. 오늘 우승할 줄 알았으면 (예비 신부를) 데려올 걸 그랬다. 오늘 (프러포즈를) 못 했으니 경주 때 또 우승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8일 공주백제마라톤에 참가한 선수들이 금강교를 힘차게 건너 달리고 있다. 공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8일 공주백제마라톤에 참가한 선수들이 금강교를 힘차게 건너 달리고 있다. 공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자 풀코스 우승자 김현경 씨(42) 역시 “너무 더워 포기하려고 했는데 반환점 옆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완주만 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이자 두 번째 풀코스 도전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게 된 김 씨는 “기를 쓰고 완주는 하자는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우승할 줄은 몰랐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공주백제마라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활짝 웃으며 달리고 있다.  공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공주백제마라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활짝 웃으며 달리고 있다. 공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몸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배재국 씨(26)는 아버지 배종훈 씨(56)와 함께 3년 만에 풀코스 완주에 나섰지만 하프코스 완주로 만족해야 했다. 아들은 휠체어를 밀고 뛰는 아버지 배 씨를 위해, 아버지는 아들의 건강을 위해 무리하게 풀코스 완주를 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아 하프코스만 달렸다. 재국 씨는 “풀코스 완주 메달은 못 받았지만 오랜만에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으며 뛰니까 좋았다”면서 웃었다. 배 씨 부자(父子) 역시 좀 더 시원해지는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다시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날 대회 현장에서는 5km를 직접 완주한 최원철 충남 공주시장을 비롯해 윤구병 공주시의회 의장, 윤석형 공주시 체육회장, 이상근 공주경찰서장, 강종범 공주소방서장, 박제균 동아일보사 논설주간(상무) 등이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공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2 공주백제마라톤#700년 고도#마라톤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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