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안, 국회 계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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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소위서 조항 삭제 논의했지만 “추가로 살펴보자” 법 개정 유보
“스토킹죄 특성상 피해자 의사 중요… 반의사불벌 조항 유지해야” 의견도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18일 오후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18일 오후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신당역 여성 역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가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스토킹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행법에서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제18조 3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의사불벌죄(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하지 않는 죄)인 스토킹 범죄를 피해자 의사 없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7일 제391회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선 남 의원 개정안을 두고 관련 논의가 오갔다. 법원행정처는 “반의사불벌죄로 해놓으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꾸 압력을 넣는 수단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조항 삭제 의견을 냈다. 이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시행된 지가 올 10월부터 만 두 달이 안 된 상태이고, 이걸로 인해서 조사나 기소까지 이르는 예도 봐야 할 것 같다”며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논의는 “(정부의)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스토킹피해자보호법)이 발의된 뒤 해당 개정안을 추가로 살펴보자”며 마무리됐다. 이후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은 올해 4월 정부가 발의해 이달 1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됐다.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찬반 의견이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없었다면) 피해자 의사에 관계없이 수사기관이 적극 조치에 나서 신당역 사건과 같은 비극을 사전에 막을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은 2007년 스토킹처벌법 도입 당시 친고죄(피해자가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 조항이 있었으나 지난해 형법 개정을 통해 친고죄 조항을 삭제했다. 일본 역시 2016년 친고죄 규정을 없앴다.

반면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이 ‘상대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정의되기 때문에 공소 제기 시에도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3월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법무부는 “(스토킹의) 정의 자체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접근하는 행위”라며 “피해자의 의사에 기초해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일관성 때문에 반의사불벌죄로 했다”고 밝혔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신원 노출 우려 등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스토킹#스토킹처벌법#반의사불벌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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