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 방혜자, 하늘의 빛이 되어 떠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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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프랑스 국비유학생 1호
평생 한국색 짙은 빛 표현 천착
샤르트르대성당에 해외작가 최초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설치 등 명성
향년 85세… 파리에서 눈감아

유리화 ‘빛의 탄생’(2019년) 앞에 선 방혜자 화백. 프랑스 샤르트르대성당 설치작과 같은 그림으로 크기는 성당 작품이 2배 크다. 영은미술관 제공
유리화 ‘빛의 탄생’(2019년) 앞에 선 방혜자 화백. 프랑스 샤르트르대성당 설치작과 같은 그림으로 크기는 성당 작품이 2배 크다. 영은미술관 제공
“수도승처럼 평생 작품 활동에만 헌신하셨어요. ‘빛의 화가’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분이셨습니다.”(박선주 영은미술관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프랑스가 자랑하는 샤르트르대성당에 해외작가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4점을 설치하는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방혜자 화백이 15일(현지 시간)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

고인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화가다. 1956년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에 입학한 방 화백은 1세대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을 스승으로 모시고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86), 우현 송영방(1936∼2021)과 함께 그림을 배웠다. 1961년 국내 첫 프랑스 국비유학생으로 선정돼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고인의 작품 세계는 ‘빛의 화가’로 두루 일컬어진다. 평생 빛의 표현에 천착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어릴 적 개울가에서 반짝이는 조약돌을 보고 ‘이 빛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에 사로잡혔다”고 회고했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했던 고인은 국내에서 영은미술관이 운영하는 영은레지던시에 주로 머물렀다. 박 관장은 “항상 물감이 많이 묻은 같은 작업복을 입고 작업했는데,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언제나 진지하셨다”고 회고했다.

방 화백의 작품은 한국적 색채가 짙어 더 사랑받았다. 대표작 ‘우주의 노래’(1976년)는 한지와 황토를 섞어 빛의 번짐을 자연스럽게 살린 걸작. 올해 ‘이건희 컬렉션’에서 공개된 ‘하늘과 땅’(2010년)도 오묘한 전통적 색감으로 관심을 모았다. 샤르트르대성당 종교 참사 회의실에 걸린 작품이 마지막 유작으로 남았는데, 2018년 선정 뒤 지난해 완성했으나 팬데믹으로 아직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10년)과 한불문화상(2012년), 올해의 미술인상(2008년) 등을 수상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빛의 화가#방혜자#빛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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