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도 “전두환 회고록, 5·18 왜곡”…아들 재국씨 7천만원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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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14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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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해 8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1.8.9/뉴스1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해 8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1.8.9/뉴스1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전두환 회고록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고 판결했다.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최인규)는 14일 5·18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회고록 관련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초 5월단체 등은 5·18 내란 살인죄로 복역했던 전두환씨가 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판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의 피고는 회고록 저자인 전두환씨 등이었으나, 전씨가 지난해 11월23일 사망하면서 유산을 한정승인한 부인 이순자씨와 발행인인 아들 전재국씨가 공동 피고가 됐다.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운데)가 14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회고록 관련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선고공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발언을 하고 있다. 2022.9.14/뉴스1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운데)가 14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회고록 관련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선고공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발언을 하고 있다. 2022.9.14/뉴스1
2심 재판부는 전재국씨가 5월 3단체와 5·18기념재단에 각각 1500만원씩,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는 1심 판결과 동일하며,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해서는 피고들의 전부 승소 판결의 의미를 갖는다.

다만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회고록의 표현 삭제 범위는 일부 변경됐다.

2심 재판부는 전재국씨에 대해 2017년 4월3일 펴낸 전두환 회고록 제1판과 2017년 10월13일 펴낸 제2판 중 51개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서적을 출판·배포 등을 할 수 없도록 판결했다.

1심에서는 회고록에 대한 총 69개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해당 서적을 출판, 배포 등을 할 수 없도록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이 적시한 51개 표현에는 ‘북한군, 공작원, 간첩 등 개입설’, ‘계엄군의 헬기사격’, ‘전두환의 5·18 책임 부인, ’계엄군의 총기 사용과 민간인 살상 등을 자위권 발동으로 표현한 부분‘, ’암매장은 유언비어‘ 등이 포함됐다.

특히 1심에서는 허위사실로 인정 받지 못했던 ’시위대 장갑차에 의한 계엄군 사망‘도 허위 사실로 인정됐다.

회고록에는 ’1980년 5월21일 공수부대원이 시위대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고 서술됐다. 원고 측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 장갑차는 계엄군의 장갑차이기 때문에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해 왔다.

2심 재판부는 “전두환은 5·17 군사반란과 5·18 관련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의 우두머리로서 무기징역형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장본인”이라며 “회고록을 통해 이미 법적, 역사적으로 단죄된 부분마저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진짜 피해자인 민주화운동 세력을 비난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5·18 단체들의 장시간에 걸친 진상규명 노력, 법정단체로서의 지위, 5·18 관련 내란목적살인 등의 가해자라는 전두환의 특수한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두환 회고록에 나오는 5·18민주화운동의 의미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가 5·18 단체들의 명예, 신용,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재판 결과에 대해 원고인 조영대 신부는 “이번 재판은 헬기 기총소사를 포함한 5·18 진상규명과 ’광주시민과 시민군들이 폭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우리 사회가 민주화운동에 대한 더 이상의 갈등이나 왜곡이 없는 시대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전씨가 사망했다고 해서 진실이 덮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진상 규명과정에서 신군부의 악행이 밝혀지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전씨의 유족들은 지금이라도 나서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판 뒤 전씨 측 정주교 변호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혐오하는 광주지역에서 재판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이 판결에 대해서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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