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의무지출 50% 돌파”… 더 늦기 전에 연금개혁 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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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청년, 연금개혁 시급. 동아일보 DB
허리 휘는 청년, 연금개혁 시급. 동아일보 DB
내년 전체 예산 가운데 정부가 마음대로 규모를 조정하거나 쓰임새를 정할 수 없는 법정 의무지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공적연금에서 나가는 의무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관련 의무지출액은 올해보다 15% 증가한다.

공적연금 지출이 빠르게 느는 것은 고령화로 연금을 받는 사람이 급증하는 데다 평균 수명 증가로 연금 수령 기간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줄면서 연금 수입은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내년에 각각 4조7000억 원과 3조 원의 적자가 예정돼 있다. 사학연금은 2025년부터, 국민연금은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혈세가 적자 보전에 투입되면서 공적연금이 재정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연금 건강보험 등 복지를 뒷받침하는 의무지출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재량에 따라 재정을 쓸 수 있는 여지는 줄고 있다. 지금처럼 인구 감소와 성장 부진 추세가 계속된다면 전체 예산 대비 의무지출 비중은 결국 80%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인다지만 나랏돈의 상당 부분이 의무지출에 묶여 있는 한 기존 사업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복지예산 중 비중이 가장 큰 공적연금을 개혁하지 않은 채 건전재정을 이루기는 어렵다.

연금개혁은 현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책임과 부담을 조정하는 일이다. 보험료를 더 내거나 연금을 덜 받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에는 세대 간 양보와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초연금과 연계해 전체 연금 지급 방식을 다시 설계하거나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정부 출범 직후 바로 시작했어도 성과를 내기 힘든 난제가 바로 연금개혁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연금 관련 재정 추계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고 7월 말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한 달 넘게 공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연금개혁을 안 할 수 없다”며 “정권 초기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내년 예산#의무지출 50% 돌파#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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