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방 뉴질랜드 “더 이상 英군주 섬기지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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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여왕 서거에 공화국 전환 계획
아일랜드선 여왕 조롱 노래 불러
英 내부서도 군주제 회의론 일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연두색 의상)이 2016년 6월 11일 90세 생일 기념 공식 축하행사에서 영국 공군 곡예비행단의 축하비행을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던 모습. 사진 왼 쪽부터 캐서린 세손빈, 샬럿 공주, 조지 왕자, 윌리엄 왕세손, 여왕, 필립 공. 런던=신화 뉴시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연두색 의상)이 2016년 6월 11일 90세 생일 기념 공식 축하행사에서 영국 공군 곡예비행단의 축하비행을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던 모습. 사진 왼 쪽부터 캐서린 세손빈, 샬럿 공주, 조지 왕자, 윌리엄 왕세손, 여왕, 필립 공. 런던=신화 뉴시스
“여왕의 죽음은 대영 제국의 유산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일부 영연방 국가에서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영연방 국가인 뉴질랜드는 더 이상 영국 군주를 국가수반으로 섬기지 않고 공화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공화국 전환에 대한 질문에 “결국 뉴질랜드가 향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영연방 소속 섬나라인 앤티가바부다도 이날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로 전환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3년 내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19세기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야당인 경제자유전사(EFF)는 성명을 내고 “여왕은 제국의 잔혹 행위를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애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750년 넘게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일랜드에서는 여왕 서거 당일인 8일 수도 더블린 탈러 축구경기장에 있던 일부 관중이 “여왕이 드디어 죽었다”며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는 일도 있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72년 영국군이 북아일랜드의 비무장 가톨릭 시위대에 총을 쏴 14명을 살해했을 때 영국군 지휘관에게 훈장을 수여해 논란이 됐다.

같은 날 케냐의 변호사 앨리스 무고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여왕을 애도할 수 없다. 우리 조부모들은 대부분 (영국에) 억압당했다”고 썼다.

최근 런던 버킹엄궁 인근에서 군주제 반대 1인 시위가 벌어지는 등 영국 내부에서도 군주제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불륜과 성추문, 미성년자 성매매 등 왕실 관련 의혹을 더는 묵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영국#뉴질랜드#아일랜드#여왕 서거#군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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