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이재명, ‘사법 리스트’ 넘어 대권 행보 순항할까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0일 13시 00분


코멘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이라는 막중함 임무에 실패하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저를 여러분께서 다시 세워줬다”며 “살을 깎고 뼈를 깎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져 넣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대표는 지난 3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5개월 만에 169석 거대 야당의 당권을 잡으면서 정치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변방 출신 비주류’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가 주류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그는 지난 6월 보궐선거에서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여의도 정치 경험 부족을 보완하고 당내 기반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이 대표 앞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당장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겪었던 ‘사법 리스크’가 2년 만에 재연되는 모습이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는 오랜 법정 공방 끝에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지면서 대선에 도전할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와 의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석열정권의 정치탄압에 대한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와 의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석열정권의 정치탄압에 대한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또 한 번 정치 인생이 걸린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잠재적 불안 요소로 꼽히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으로 취임 초부터 만만찮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앞서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이 대표에게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경찰, 검찰을 총동원해서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고 비판한 뒤 6일 예정된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검찰에 답변서를 통해 서면 진술을 했다.

이 대표의 검찰 불출석 결정은 검찰의 소환 통보에 선뜻 응할 경우 향후 검찰과의 기 싸움에서 초반부터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검찰 수사를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이자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등 각종 의혹도 돌파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과 경찰이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소환 통보가 계속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선 여권의 실정을 놓고 치열하게 다퉈야 할 정기국회에서 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당력을 쏟을 경우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쥘 경우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당내 불만이 표출되면서 이 대표의 당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 및 최고위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용산역을 찾아 추석 연휴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승강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 및 최고위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용산역을 찾아 추석 연휴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승강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당내 화합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가 당내 통합을 먼저 이뤄내고 윤석열 정부 집권 3년차인 2024년에 열리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대선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도 “민주당은 이제 모래더미나 자갈더미가 아닌 콘크리트가 돼야 한다”며 “역량 있고,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누구나 민주당의 확고한 공천시스템에 따라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에서의 기반도 확실히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2일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광주에서 개최했고, 회의에 앞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광주는 민주당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며 “민주당의 모태이고 본거라고 할 수 있는 전남과 광주의 시‧도민들이 원하는 바대로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확실히 책임져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