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고 계획은?” 듣기 싫은 명절 잔소리, 왜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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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8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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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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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첫 명절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일가 친척들의 만남이 예상되는 만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모인 A 카페에는 8일 “시골집에 가면 또 듣기싫은 잔소리 들어야겠죠”라는 글이 올라왔다. 일찌감치 잔소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이다. 고려대 신지영 교수(국문과)는 이같은 명절 잔소리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대화 요령에 대해 조언했다.

신 교수는 이날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명절에 조카 등 손아랫사람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금기어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첫 번째로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것을 금기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말 듣고 싶냐”며 “어릴 때 이런 말 들으면 참 좋았나, 아니면 왜 저러지 그랬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진행자는 “왜 저러지 그랬던 것 같다”면서 공감을 표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것도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신 교수는 “진짜 궁금해서 평소에 관심도 갖고 하면 다 알지 않겠느냐”며 “상대가 걱정되면 신중한 말투로 할 것인데 이런 말들은 대체로 건성으로 한다. ‘앞으로 그 계획이 뭐야?’ 사실 궁금해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일침했다.

외모를 비롯한 각종 평가도 금기어다. 신 교수는 “외모 평가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면서 “외모가 평가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면 불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뻐졌다’ 등의 칭찬 역시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내가 예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기 청소년에게 ‘많이 컸다’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네’ 등의 말은 괜찮다고 했다.
명절에 둘러앉아 이렇게 대화해보세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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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는 명절 때마다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잔소리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세련되지 못한 방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말을 왜 했나 잘 생각하면 그렇게 배워서 그렇다”며 “‘명절에 만나면 이런 말을 해야 하는구나’라며 그런 말이 싫었는데 그 위치가 되면 나도 모르게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가족·친척들이 모였을 때 어떠한 대화가 오가면 좋을까. 신 교수는 “(손아랫사람에게) 요새 신조어를 물어보라”고 했다. 상대 세대가 관심있는 것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대화를 풀어가보면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우리가 말을 시작할 때 ‘아니’라고 시작하는 게 많다”며 “이번 추석에는 ‘맞다’라고 한 번 시작해보라. 무조건 ‘맞아’,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말로 시작한 뒤 대화를 이끌어 가면 훨씬 부드럽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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