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복장’ 김성재, 아바타로 부활…듀스 30주년 앞두고 듀시스트 ‘뭉클’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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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이라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 지…. 엄마, 성욱아 잘 지냈지? 많이 기다렸어. 엄마 성욱이 그리고 나 완전체로 모이는 날을. 꿈 꿈고 있는 거 같아. 전 우주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스하키 복장과 큼지막한 아이스하키 장갑, 커다랗고 독특한 선글라스, 방한 마스크….

그가 맞다. 전설의 힙합 듀오 ‘듀스(DEUX)’ 출신 가수 김성재(1972~1995). 1995년 11월19일 SBS TV ‘생방송 TV가요 20’에서 ‘말하자면’의 첫 무대이자 마지막 무대 이미지로, 그는 ‘불멸의 아이콘’이 됐다. 이 무대 다음날 세상을 떠났고 ‘청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김성재가 사망한 지 27년 만에 아바타로 부활했다. ‘말하자면’ 무대를 재현했고 자신의 동생 김성욱(49)과 함께 춤을 췄다.

이날 메타버스 기업인 페르소나스페이스와 갤럭시코퍼레이션의 ‘메모리얼 에피소드.1(Memorial ep.1)’ 간담회에서 선보인 영상 속에서 김성재가 생전 자신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김성재의 모친 육미영(77) 씨는 “너무 놀라운 세계예요.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어요. 너무 감동적”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바타가 뭔지, 메타버스가 뭔지 모르고 살고는 있지만 오늘 와서 보니까 (김성재랑) 목소리가 정말 닮았네요. 가슴이 뭉클해요.”

김성재·이현도(50)가 함께 결성한 힙합듀오 ‘듀스’는 한국 힙합의 원조로 통한다. 내년이 데뷔 30주년이다.

국내 힙합대부 현진영의 댄스 팀 ‘와와(WAWA)’ 2기 출신인 이들은 흑인 음악 기반을 국내에 소개하며 짧은 활동 기간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1993년 4월 1집 ‘듀스(Deux)’로 데뷔 이후 2년 만인 1995년 7월 해체됐다. 하지만 ‘나를 돌아봐’ ‘굴레를 벗어나’ ‘우리는’ ‘여름 안에서’ 등의 히트곡을 내며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ARMY)’ 등 현재 수많은 아이돌 팬덤 이전에 ‘듀시스트’(DEUXIST·듀스 팬들)가 있었다. 한국 대중음악계 선구자인 이 팀은 추앙받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요계에 100% 랩곡이 등장한 것도 듀스의 앨범을 통해서다. 이들의 2집 ‘듀시즘’ 수록곡 ‘무제’는 국내 최초의 100% 랩이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이현도가 팀에서 내적인 음악의 완성도를 맡았다면, 패셔니스타인 김성재는 외적인 근사함을 담당했다. 특히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고 외국인 학교에도 다녔던 김성재는 트렌드에 민감한 감성과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숱한 청춘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그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꿈 꿨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상영된 생전 영상에서도 김성재는 솔로 데뷔를 앞두고 “이제 도전을 해야 하잖아요. 새로운 삶을. 그런 것에 대해서 두근두근하기도 하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육 씨는 “성재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나도 못하고 갔으니, 이렇게 아바타를 통해서라도 하고 싶은 것 다 했으면 좋겠다”면서 “꿈을 이렇게라도 펼치고 살았으면 해요.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행복과 희망을 다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인지과학자인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철학자 키케로의 말을 빌려 “죽은 자의 삶은 산 자의 기억 속에 있다”고 말했다. “떠나간 자들이 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재를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한 청바지 브랜드는 컴퓨터그래픽 작업 등을 통해 김성재의 생전 사진과 뮤직비디오를 별도로 촬영한 화보와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해 그를 CF에 등장시켰다.

김성재의 동생 김성욱은 형이 이렇게 불멸의 아이콘이 돼 가는 과정에 대해 “제가 연예계에서 스태프로서나 플레이어로서 봐온 일 중 불가사의한 것 중 하나”라면서 “형의 열정이 이곳에 남아 여전히 불타고 있다”고 했다.

김성욱 역시 한 때 가수로 활동했다. 1997년 1집 ‘김성욱 D.C’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너와 함께’로 무대에 올랐을 당시 김성재의 ‘말하자면’ 의상을 그대로 입었었다.

“형의 에너지는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중이에요. 또 기본적으로 살아온 삶이 선한 영향력을 생각했죠. 또 멋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팬덤이라는 게 형성돼 있었죠. 그때 성재 형을 바라보고 좋아했던 분들이 지금은 엄마, 아빠가 됐는데 지금 봐도 멋있는 모습에 자랑스러움을 느끼시죠. 근데 형이 활동하던 시기엔 인터넷이 활성화 돼 있지 않아서 형이 갖고 있는 선함이나 귀여움, 발랄함에 대해선 잘 모르실 거예요. 지금부터 그런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날 공개된 영상 속에서 김성욱은 형 김성재 아바타와 함께 춤을 출 때 즐거워보였다. 얼마 전 형의 모습을 딴 피규어도 접했던 김성욱은 “피규어는 추모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엔 유대감이 느껴졌다”고 했다.

사실 김성재의 유명세를 빌려 일부에선 상업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육씨와 김성욱은 그런 행태에 이골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김성재 관련 여러 제안에 의심부터 했다고 김성욱은 털어놨다. 이번 아바타 작업도 2년이나 걸렸던 이유다. 그러다 “최용호 대표님이 기술력과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이 섰다”고 했다.

어린 시절 길가다 아이들과 자주 공차기를 하며 즐거워했던 고인을 기리기 위해 이번 아바타를 통한 수익 일부를 어린이를 위한 사회 공헌 활동에 쓰려고 계획 중이기도 하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 CHO(최고 행복 책임자)는 앞으로 아바타 김성재 활동에 대해 “모든 건 유가족과 상의하고 따른다”고 했다.

그런데 김성재 아바타 작업은 사실 쉽지 않다. 이 회사가 앞서 선보인 댄스 듀오 ‘클론’ 멤버 강원래의 경우와 달리 김성재는 27년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강원래는 아타바를 통해 다시 일어나는 장면을 그려냈다. 하지만 김성재는 원천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

최 대표는 “강원래 씨의 경우는 직접 오셔서 스캐닝한 경우이고, 김성재 씨는 상상력으로 끝까지 만들어 낸 경우”라면서 “그래서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 프로젝트”라고 했다.

이현도와 김성재는 팀 해체 이후에도 우정을 이어갔다. 김성재의 솔로 데뷔곡 ‘말하자면’은 이현도의 곡이다. 이현도는 김성재가 죽은 후 “나는 절뚝이며 살아간다”고 말해왔다. 이현도는 여전히 김성재를 그리워하고 있다. 올해도 김성재의 생일인 지난 4월18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여전히 네가 제일 멋있다”라고 썼다.

이로 인해 김성재 아바타와 이현도의 협업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최 대표는 “듀스가 가지고 있었던 상징적인 세계관이 강렬했다. 이현도 대표님과 같이 상의를 하면서 다양한 접근을 고민 중이다. 빠르게 하기 보다 천천히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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