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중 팽창하는 ‘리튬이온배터리’ 실시간 관측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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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배터리 분석 플랫폼 개발
“음극재 기공 크기 크게 만들면 배터리 팽창 줄어 안전성 향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개발한 배터리 분석 플랫폼 장비의 일부인 집속이온빔(FIB).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개발한 배터리 분석 플랫폼 장비의 일부인 집속이온빔(FIB). KIST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2중 추돌 사고에서 차량 3대 중 유일하게 전기차만 전소되는 일이 있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8∼2021년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고 세 건 중 한 건은 배터리 발화가 원인일 정도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화재사고를 피하기 위한 안전한 배터리 소자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실시간 배터리 관측 기술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일 안재평 연구자원·데이터지원본부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직접 개발한 배터리 분석 플랫폼으로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한 리튬이온배터리가 팽창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ACS) 에너지 레터스’ 7월 8일자에 발표됐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은 충·방전하는 과정에서 양극재, 음극재 등 내부 전극물질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배터리 주요 소재들은 대기에 노출됐을 때 오염되거나 특성이 변하기 때문에 배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기 어려웠다.

안 본부장은 2008년부터 배터리 소재의 광학·전기·기계적 특성을 관찰하고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배터리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 투과전자현미경(TEM), 원자단층현미경(APT), 집속이온빔(FIB)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한 번에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안 본부장은 “다양한 관측을 위해 시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대기에 노출되는 것이 배터리 소재에서는 치명적”이라며 “진공 상태 키트를 장비 간 이송장치로 움직이며 오염 걱정 없이 소재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배터리 분석 플랫폼으로 충전 중 리튬이온이 실리콘-흑연 음극재로 이동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실리콘-흑연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충전 용량이 10배 높다고 알려져 있어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충전 과정에서 부피 팽창으로 인한 폭발 위험이 있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흑연과 실리콘 사이 존재하는 기공이 부피 팽창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로 기공의 크기에 따라 부피 팽창 여부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팀이 배터리 분석 플랫폼으로 관측해 보니 배터리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흑연, 기공, 실리콘의 순서대로 주입됐다. 이때 마이크로 단위의 기공은 실리콘보다 먼저 리튬이온을 흡수해 부피 팽창을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었지만, 기공의 크기가 나노 단위인 기공은 실리콘보다 먼저 공간이 가득 차 부피 팽창을 줄여주지 못했다.

안 본부장은 “관측 결과 기공을 크게 만들어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완화하거나 실리콘 양을 줄여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요소(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의 해외 의존도는 평균 63.9%로 높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리튬이온배터리의 활용도가 나날이 증가하는 만큼 배터리 분석 플랫폼이 차세대 배터리소자를 개발하는 연구를 도울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국내 배터리 경쟁력은 소재를 얼마나 잘 다루고 조작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배터리 분석 플랫폼은 리튬이온배터리 외에 수소 저장 기술이나 촉매 소재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
#리튬이온배터리#충전 중 팽창#실시간 관측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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