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역대 최대 24조 구조조정… ‘세금 일자리’ 100만개 밑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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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639조… 증가폭 6년만에 최저
정부, 2023년도 예산안 확정
文정부 평균증가폭 8.7%의 60% 수준… 추경호 “허리띠 단단히 졸라매야”
내년 4급 이상 공무원 임금 동결… 취약층 지원 복지지출은 11.7%↑

내년 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5.2% 늘어난 639조 원으로 편성됐다. 2017년(3.7%)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역대 최대인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씀씀이가 늘어나는 것을 최소화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확대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복지 지출은 11.7% 늘어 올해 증가율(8.6%)을 웃돈다. 또 내년부터 병사 월급이 100만 원(병장 기준)으로 인상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실천을 위해 11조 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을 위해서도 방만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의 기조 전환은 필수적”이라며 “이제부터라도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 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4%포인트 상승했다.

내년 예산 증가 폭은 문재인 정부 평균(8.7%)의 60% 수준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가 첫 예산안을 통해 악화된 나라살림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정부는 예산 증가율을 2026년 4.2%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하면 내년 연간 예산은 오히려 올해보다 6% 줄어든다. 추경을 포함한 연간 예산 기준으로 정부 씀씀이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빚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고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는 10조 원 안팎이었던 예년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일자리 지원 예산도 올해보다 4.9%(약 1조5000억 원) 줄었다. 내년 5급 이하 공무원 임금은 1.7% 인상하고, 4급(서기관) 이상은 동결한다.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은 보수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9.8%로 올해(50%)보다 0.2%포인트 하락한다. 정부는 이 비율을 2026년 52.2%로 관리할 방침이다. 내년 예산안은 다음 달 2일 국회에 제출되며 국회는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심의, 의결해야 한다.

내년 예산, 취약층-청년 지원 집중

나랏빚 年100조 급증세에 제동, 경기둔화 대비해 재정여력 확보
건전재정 기조 유지, 세수가 변수… SOC-산업-일자리 재정투입 줄여
소득-주거 안정 등 약자 보호 강화… 반도체-원전 투자는 더 늘리기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세종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8.25 세종=뉴스1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의 핵심은 민간에 맡길 수 있는 재정 투입은 줄이고 취약계층과 청년 지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급증하는 나랏빚과 향후 경기 둔화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남겨 둬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미래세대에게 빚더미인 나라를 물려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성장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재정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하는 식의 단순하고 쉬운 발상으로 대응하기에는 여건이 굉장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악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5조6000억 원(18.0%) 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어난 손실 보상 예산 등 한시적 지원을 줄인 결과다. 사회간접자본(SOC)과 일자리 예산도 각각 올해보다 2조8000억 원(10.2%), 1조5000억 원(4.9%) 줄였다. 정부가 내년에 만드는 직접일자리는 98만3000개로 3년 만에 100만 개 밑으로 내려갔다. 다만 반도체와 원자력발전 등 미래전략산업 투자는 늘리기로 했다.

다른 곳에서 덜어낸 예산은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집중 투입된다. 청년 자산 형성 등 정부가 추려낸 12대 핵심과제에는 총 135조 원이 쓰이며 이 중 43.1%에 달하는 58조2000억 원이 소득 보장과 주거 안정, 노인·장애인 지원에 들어간다.

국정과제를 위한 예산은 11조 원만 반영됐다. 당초 정부가 필요 재원으로 추산했던 연간 42조 원(5년간 209조 원)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취임) 첫해이기 때문에 사업 설계비 같은 작은 투자가 일단 이뤄진다”며 “뒤로 갈수록 투자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100조 넘던 국가채무 증가폭, 66조로 낮춰

정부가 이번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 폭인 24조 원을 지출 구조조정함에 따라 3년 연속 100조 원을 넘겼던 국가채무 증가폭도 내년에는 66조 원으로 쪼그라든다. 문재인 정부 때는 5년간 국가채무가 404조 원 늘었지만, 이번 정부에선 임기 마지막 해를 제외한 4년(2022∼2026년) 동안 298조 원만 증가한다. 지난 정부가 세운 계획과 비교하면 2025년 국가채무는 136조6000억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7.4%포인트 축소된다.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49.8%로 50% 선을 넘지 않게 유지한다.

이런 건전재정 목표는 당분간 국세수입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국세가 400조5000억 원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세수 호황으로 전망치를 끌어올린 2차 추경(396조6000억 원) 때보다도 3조9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자산시장 둔화로 양도소득세는 감소하지만 임금 상승으로 근로소득세가 늘어나고, 법인세도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 하반기(7∼12월)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데다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감세가 예고돼 정부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가 오르면서 명목성장률이 유지되는 내년에는 세수 추계가 크게 엇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 이후에는 세수 전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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