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자폐성 장애인, 덜 편향적… 의사결정 훌륭한 조언자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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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뢰번가톨릭대 연구팀 조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Autism Spectrum Disorder)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는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소송을 승리로 이끈다. 우영우의 동료, 친구들은 심리적, 업무적으로 우영우의 버팀목이 돼 준다. 한편으로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이 ASD 장애인과 함께 일해 본 적이 없어 이들의 능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연 ASD 장애인과 함께 일하며 높은 성과를 거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벨기에 뢰번가톨릭대 연구진은 ASD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편향에 얽매이지 않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매몰비용 편향과 ASD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매몰비용 편향은 특정 업무와 관련해 미래에 발생할 효용이 크지 않은데도 지금까지 들인 시간이나 비용, 노력 등이 아까워 중단하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판단이다. 이 연구에는 ASD 장애인 221명과 비장애인 111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결혼식 축하문 작성, 첼로 연습 등 6가지 과제를 수행했다. 과제를 수행하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깨닫거나 더 나은 대안이 떠올랐음에도 기존의 선택을 포기하지 못하면 매몰비용 편향이 발생한 것이다. 이때, 이미 쏟은 돈, 시간, 노력 등은 매몰비용을 의미한다. 참여자들의 매몰비용 편향 점수는 0∼6점으로 측정했으며, 6에 가까울수록 매몰비용 편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평균 매몰비용 편향 점수는 약 3.08로 ASD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매몰비용 편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ASD 장애인과 비장애인 각각의 평균 점수는 3.17과 2.89로 ASD 장애인이 매몰비용 편향에 영향을 덜 받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ASD 장애인이 직관적 추론에 의존하는 정도는 비장애인의 절반에 불과했고, 분석·논리적 추론에 의존하는 정도는 약 2배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과제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록 ASD 장애인의 매몰비용 편향은 감소하는 반면 비장애인의 매몰비용 편향은 줄어들지 않았다. ASD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과제 수행에 10%포인트 더 많은 시간을 사용했으며, 이는 이들이 편향보다는 이성적 판단에 의존해 과제를 수행했다는 의미다. ASD 장애인 간 차이도 확인됐다. ASD 증상이 뚜렷할수록 매몰비용 편향에 영향을 덜 받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편향에 휩쓸리기 쉬운 의사결정에 직면할 때 ASD 장애인이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가공 스타트업 ‘테스트웍스’는 ASD 장애인들을 고용해 이들의 높은 집중력과 기억력, 섬세한 판별 능력 등 장점을 활용하기도 한다. 인간은 상부상조해야 바로 설 수 있는 존재다. ASD를 비롯한 여러 장애는 서로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라는 불편하지만 친절한 세상의 일깨움이 아닐까.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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