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보다 화합과 포용 메시지” …‘태양의서커스’ 4년만에 한국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9일 1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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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돼 60개국 450여 도시에서 2억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은 세계적인 공연제작사 ‘태양의서커스’(Cirque du Soleil)도 팬데믹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대면 공연이 중단되면서 매출은 전무했고 채무만 늘어갔다. 결국 전 직원 95%가 무급 휴직에 들어갔고 2020년엔 파산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태양의서커스 측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투자금 유치로 기적의 회생에 성공했다. 2018년 ‘쿠자’ 이후 4년 만에 내한하는 태양의서커스는 10월 20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대표 레퍼토리 ‘알레그리아’를 업그레이드한 ‘뉴 알레그리아’를 한국에 선보인다. 2005년 태양의서커스에 합류한 이후 ‘알레그리아’ ‘드라리온’ ‘바레카이’ ‘쿠자’ 등을 지휘해온 마이클 스미스 태양의서커스 수석 예술감독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마이클 스미스 태양의서커스 수석 예술감독
마이클 스미스 태양의서커스 수석 예술감독
“아픔과 어려움을 겪고 난 후 첫 공연을 한국에서 선보이게 되어 영광입니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출연진과 제작진에겐 큰 감동이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알레그리아의 새 버전을 관객에게 공유하고 영감을 줄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스페인어로 기쁨을 뜻하는 알레그리아는 1994년 탄생한 후 전 세계 1400만 명이 관람하며 태양의서커스 대표작이다. 타이틀곡 ‘알레그리아’가 55주간 빌보드 월드뮤직 차트에 오르고 1996년엔 그래미상 후보에 지명될 정도였다. 새로 개편한 뉴 알레그리아는 조명과 음향기술 등 기술적 측면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인 공중곡예, 불쇼, 링·리본 묘기, 외줄타기 장면에 고난도 아크로바틱 안무까지 추가했다. 그는 “알레그리아는 그 당시 관객 눈높이에 맞춘 무대였다. 30년이 흐른 지금 새로운 관객의 취향과 기대에 맞춰 공연의 모든 요소를 전면 재검토했다”고 했다.


뉴 알레그리아의 주인공은 왕의 후계자가 되려는 궁정의 어릿광대 ‘미스터 플뢰르’다. 공연은 무너져가는 왕조에서 특권을 유지하려는 귀족과 그 반대편에서 변화를 갈망하는 신흥세력 브롱스(The Bronx)에 둘러싸인 미스터 플뢰르의 여정을 따라간다. 다른 서커스와 달리 기승전결이 담긴 스토리 골격을 갖췄다. 그는 “쇼가 진행될수록 미스터 플뢰르는 권력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님을 깨닫는다. 권력보다 화합과 포용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했다.


알레그리아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7인의 공중그네 묘기도 규모와 곡예 수위를 높였다. 서커스 천막에 설치되는 공중그네는 천장 아래 공간을 모두 차지할 만큼 크기를 키웠다. 공연 시간도 길어진다. 그는 “관객의 넋을 완전히 빼놓는 장면이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곡예를 통해 강렬한 경험과 순수한 즐거움을 드리는 게 태양의서커스의 매력”이라고 했다.


뉴 알레그리아를 위해 전 세계 19개국 출신 예술가 53명이 한국을 찾는다. 이중 40%가 체조, 수영 등 운동선수 출신이다. 한국 출신은 없다. 특유의 화려한 분장을 분장사 없이 단원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 예술가 고유의 창의적인 발상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그는 “단원들에게 많은 상상력과 예술적 자유를 허용하는 이유는 제작진 역시 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해서다. 관객에게 매번 신선함을 선사하기 위해선 예술가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7만~29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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