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주당’이 답해야 할 질문들[오늘과 내일/박중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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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반년 안 돼 야당대표로
경제현실 격변해도 시각은 그대로

박중현 논설위원
박중현 논설위원
이번 주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결과는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굳어졌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작년 11월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속에 갇혀 가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던 말이 대통령이 아닌 거대야당 대표가 됨으로써 실현되는 셈이다.

대선에 진 후보가 반년이 채 안 돼 당 대표가 되다 보니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넘긴 지금도 그의 대선공약은 유권자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예전의 낙선 후보들이 외유하거나, 한동안 침잠해 시야에서 사라진 사이 국민의 기억이 깨끗이 리셋된 것과 다른 점이다.

대표 경선의 관심이 친명, 비명의 충돌에 집중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어떤 정책 색채를 띨지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 의원이 토론회 등에서 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한 발언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대선 전후로 급변한 나라 안팎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 국민의 눈높이와 이 의원의 시각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감지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다는 윤석열 정부 세제개편에 대해 이 의원은 “부자들에 대한 감세” “슈퍼 리치, 초대(超大)기업에 대한 감세”라고 비판했다. 9월 국회에서 민주당과 정부·여당이 정면으로 부딪칠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올린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1.2%보다 높다. 한국보다 세율이 낮은 미국 대만 일본 등은 반도체, 배터리 산업을 유치, 육성하기 위해 세금 감면, 보조금 등 온갖 지원책을 쏟아붓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제 전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기업관과 이 의원의 기업을 보는 눈에는 메우기 힘든 격차가 있다.

“고학력, 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다”는 논란의 발언을 보면 본심이 뭔지 더 헷갈린다. 15년 전 정해진 세율 때문에 인플레이션 시기에 저절로 세금이 늘어 중산층 실질소득이 줄고 있는데 이걸 조정하는 걸 부자감세라고 한다. 대선 때 완화를 약속했던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태도는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이 의원이 강조한 “부자들을 존중하는 사회”, “진보적 대중정당”은 무슨 뜻일까.

한편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를 반영했던 ‘소득주도 성장’, ‘1가구 1주택’이란 당헌의 표현을 바꾸기로 했다. 일단 멈췄지만 그 과정에서 이 의원의 대표공약이던 ‘기본소득’을 새로 넣자는 의견이 만만찮았다. 기본소득은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며 국민에게 한 차례 심판을 받은 공약이다. 되살릴 의지가 남아 있다면 이 의원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재정과 관련해선 “국가채무비율이 100% 넘으면 문제가 생기나”라고 하던 생각을 이 의원이 바꿨다는 징후가 없다. 그보다는 감세로 세수가 줄면 지역화폐, 공공 일자리에 쓸 돈이 줄어들 걸 걱정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나랏빚은 1000조 원을 넘었고, 재정을 방만히 운영한 신흥국들은 경제파탄을 염려하는 상황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정부의 막대한 경기부양책이 야기할 인플레 효과를 자신이 과소평가했다고 공개 사과했다.

미국의 긴축, 계속되는 무역수지 적자로 1300원 선을 넘은 원-달러 환율을 보면서 이 의원은 여전히 “우리나라도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할까. ‘누가 되든 반드시 추진하자’고 대선 후보들이 약속했던 연금개혁에 대한 이 의원의 생각이 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 모든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돼 있는가.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이재명#민주당#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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