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췌장 등 장기내부 촬영은 CT, 뇌종양 확인하려면 MRI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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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팁]장기에 따라 다른 검사장비
장기 검진시 초음파로 1차 확인후 암 의심될때만 2차로 CT 검사
혈관내부-근육조직 감별은 MRI, 퇴행성 뇌혈관엔 특별히 MRA검사
MRI, 건보 안돼 검진용으론 부담… PET CT 등은 방사선 피폭량 많아

조경환 교수는 40대 이후에는 1,2년 주기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며 가족력이 있다면 해당 질병에 대해 추가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진 결과를 반드시 확인해야 실제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조경환 교수는 40대 이후에는 1,2년 주기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며 가족력이 있다면 해당 질병에 대해 추가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진 결과를 반드시 확인해야 실제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60대 주부 이연순(가명) 씨는 몇 년 전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 대형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심근경색은 아니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나와 전기자극을 주는 장치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새로운 병을 발견했다. 뇌 검사에서 작은 뇌동맥류(꽈리)가 발견된 것이다. 의사는 아직까지는 크기가 작아 응급 처치가 필요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일부가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이 혈관이 터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문제는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씨 또한 두통과 같은 증세도 없었다고 했다.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씨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검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건강검진 시스템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다. 지난해까지 이 병원의 건강검진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각각의 장기별로 최적의 검사장비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아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뇌 검사 어떤 게 좋을까
뇌 기능 검사 장비는 여러 개가 있다. 뇌 CT(컴퓨터단층촬영)는 여러 방향에서 X선을 쏘아 뇌의 단면 영상을 얻는다. 뇌출혈, 뇌경색, 골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응급환자나 신속한 진단이 필요한 환자의 뇌 검사에 많이 쓰인다. 다만 혈관의 막힘 정도나 꽈리 존재 여부, 뇌 위축 등의 구체적 상태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 또한 단점이다.

뇌 MRI(자기공명영상)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문제를 확인할 때 자주 사용된다. 치매나 뇌종양 등을 확인하는 데 좋다. 정밀도가 높고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검사 시간이 1시간 내외로 긴 게 단점이다.

뇌 MRI와 비슷하지만 혈관에 특화된 검사로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가 있다. 뇌동맥류나 혈관 기형 등 뇌혈관 질환을 확인할 때 사용된다. 뇌출혈 가족력이 있을 경우 이 검사가 권장된다.

이 외에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검사도 있다. 뇌의 감각 피질이나 운동 피질, 시각 피질 등 뇌 부위별로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대체로 CT나 MRI로도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뇌 기능이 이상할 때, 퇴행성 뇌질환이나 정신과 질환이 심할 때 사용된다.
○부위와 장기별로 적합한 장비는?
복강에 있는 간, 신장, 췌장, 전립샘(전립선), 자궁, 난소 등 장기의 이상은 1차로 초음파 검사로 확인한다. 초음파가 액체를 잘 통과하는 성질이 있어 굳이 CT나 MRI를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장기에 가려진 췌장은 초음파 검사로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CT는 장기 내부를 촬영하는 데 적합하다. 따라서 췌장을 포함해 폐, 간, 신장 등 흉복부의 암을 확인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런 장기들은 1차 초음파에서 암이 의심되면 2차로 CT를 촬영한다.

CT는 단단한 뼈를 촬영하기에도 좋다. 골절 여부를 확인할 때도 CT 검사가 좋다. 다만 방사선량이 많다는 점은 큰 약점이다. 보통 의료인에게 1년 동안 허용되는 최대 방사선 피폭량은 50mSv(밀리시버트·방사선량의 단위)이다. 가급적 5년 동안 매년 평균 20mSv를 넘지 않도록 권고된다. 복부 CT의 방사선 피폭량은 8mSv이다. 세 번만 CT 검사를 해도 연평균 권고량을 넘어서게 된다.

CT의 약점은 또 있다. 혈관 내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MRI가 더 좋다. MRI는 혈관질환 외에도 염증이나 혹을 파악하거나 신경과 근육조직의 이상을 감별하는 데도 적합하다. 허리에 이상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MRI를 찍는 게 이 때문이다. 허리뼈 근처의 근육조직과 신경을 보려는 것이다. 만약 뼈에 원인이 있다면 CT 검사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MRI는 자기장의 변화를 활용해 신체 데이터를 3차원으로 촬영한다. 방사선이 없어서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게 장점이다. 다만 CT에 비해 촬영 시간이 길고, 검사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과잉 검진 피하고 반드시 결과 확인
CT나 MRI 검사는 정밀검사에 해당한다. 치료가 아닌 검진 목적으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비용도 만만찮다. 그래도 정확도가 높으니 가급적 이런 검사를 받는 게 좋을까. 조 교수는 “모든 질병에 대해 정밀검사가 우선적으로 여겨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폐결핵과 폐렴은 흉부 X선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골절이나 뼈암 또한 X선으로 판독할 수 있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CT나 MRI보다 내시경 검사가 더 정확할 수 있다.

조 교수는 “과도한 검사는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전신의 암을 발견한다고 알려져 있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복부 CT의 두 배인 14mSv에 이른다. 단 한 번 검사만으로 의료인의 연평균 방사선 피폭 권장량 상한선에 근접하는 셈이다. 조 교수는 “살짝 맞으면 멍이 들지만 강하게 맞으면 뼈가 부러지는 것처럼 강한 방사선을 쐬면 단순한 부작용을 넘어 유전자 돌연변이나 암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PET CT를 검진용으로 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뇌혈관을 좀 더 자세히 찍겠다며 fMRI 검사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 교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fMRI의 경우 뇌혈관에 문제가 있을 때 시행하는 검사로 의사의 판단에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끔 혈액 한 방울로 모든 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등의 광고 문구를 볼 수 있다. 조 교수는 “아직까지 그 정도로 의학 기술이 발달한 건 아니다”라며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소 2년마다 검진을… 가족력 질병 추가 검사… 결과 설명 꼭 들어야”


조경환 교수의 건강검진 조언


조경환 교수는 40대 이후에는 가급적 매년, 미룬다 해도 2년 주기로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국가암검진과 국민건강검진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조 교수는 “건강검진의 시작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가급적 사전에 검진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항목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질병 가족력을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조 교수 또한 친척이 40대 후반에 뇌출혈로 사망한 이후 자신의 가족들이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을 매년 받는다. 한 명이 실제로 뇌혈관 질환이 발견돼 출혈이 되기 전에 대처할 수 있었다.

검진을 받은 후 과정도 중요하다. 조 교수는 “검진을 다 마쳐 놓고도 결과표를 대충 훑어보고 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반드시 검진기관에 문의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하며 그게 어렵다면 자신이 다니는 의원에 결과표를 들고 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얼마 후에 재검사를 해야 하는지, 추가로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사후 결과를 확인하고 이행하는 것이 검진의 최종 완성”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검사장비#ct#mri#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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