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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모든 게 부모 탓? ‘정상적 양육법’에 던지는 물음표

입력 2022-08-20 03:00업데이트 2022-08-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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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중요하지 않다/로버트 러바인, 세라 러바인 지음·안준희 옮김/352쪽·2만8000원·눌민
엄마 ‘라비’는 생후 4개월 된 딸을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이 딸의 손가락을 마구 만져도 관심이 없다. 모유 수유를 할 때가 돼서야 무표정한 얼굴로 젖을 먹일 뿐이다.

나이지리아 하우사족 여성들은 자신의 장남이나 장녀와 이야기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을 금지하는 ‘친족 회피 관습’을 따른다. 라비도 이를 따른 것. 일부 선진국 부모들은 경악할지도 모른다. 영아가 엄마와의 애착 형성에 실패하면 정서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의 부부 인류학자. 이들은 하우사족 장남 장녀들에게 별다른 정서적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 중 똑똑하고 매력적인 이들을 소개하며 제대로 된 양육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케냐의 구시족은 아기가 울면 즉각 반응한다. 반면 미국 엄마들은 아기가 울면 잠깐이라도 그대로 두는 편이다. 무엇이 옳을까. 각자의 양육 목표와 문화, 인구학적 맥락 등이 다를 뿐이다.

1997년 뉴욕 경찰은 덴마크 출신의 한 엄마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 동안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식당 밖에 있게 했다며 그를 체포했다. 그는 “내 고향에선 관례”라고 주장했고 이는 사실이었다. 한 사회에서 허용될 수 없는 일이 다른 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육아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학적이라는 이름하에 제공된 기존 (양육 및 아동발달 관련) 이론들은 부모가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력과 아이를 기를 때 직면하는 위험을 극도로 과장해왔다.”

저자들의 주장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녀의 정신을 병들게 할 수 있다며 공포감을 키우는 정신건강의학적 관점 중심의 육아법이 부모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 아기가 커가며 얻게 되는 회복 탄력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도 강조한다.

이들은 남미, 유럽,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인류학적 관점에서 양육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준다. “양육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미숙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양육은 과학이 될 수 없고 ‘정상적 양육법’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 자녀에게 애정을 쏟아붓고도 자신이 자녀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과 걱정을 달고 사는 부모들의 죄책감을 덜어줄 ‘부모 위로서’라 할 만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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