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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승패는 ‘기차 시간표’에 달려있었다

입력 2022-08-20 03:00업데이트 2022-08-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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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시간표 전쟁/A J P 테일러 지음·유영수 옮김/240쪽·1만6800원·페이퍼로드
160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그건 어찌 보면 한 장의 ‘기차 시간표’가 좌지우지했다. 1914년 6월 사라예보 암살 사건에서 촉발된 전쟁의 이면엔 ‘슐리펜 계획’이 있었다. 독일의 기차를 이용한 전시 동원 계획을 말한다.

당시 유럽은 철도의 시대였다. 정확한 기차 시간 덕에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 있을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병력 동원도 이런 철도 시간에 맞춰졌다. 각국 군 참모부는 기차 시간표에 맞춰 병력 동원 계획을 만드는 데 몇 년씩 힘을 쏟았다고 한다. 먼저 병력을 동원하면 먼저 공격할 수 있으니 철도만큼 승리를 보장하는 수단이 없었던 셈이다.

독일군은 동서로 각각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 프랑스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할지가 고민이었다. 참모총장이었던 알프레드 폰 슐리펜 육군 원수(1833∼1913)는 서부전선의 프랑스를 선제공격하고 곧장 동부전선의 러시아를 공격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러한 슐리펜 계획은 이후 독일 군부의 머릿속을 지배했고 1914년 8월 독일이 선전포고를 할 때도 다른 대안은 생각하지 않았다.

미리 기차시간표에 맞춰 짜놓은 병력 동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전쟁 당시 영국 내각은 논쟁 끝에 프랑스 북부 아미앵으로 원정군을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전쟁 전 기차 시간표에 따른 도착지는 같은 프랑스 북부이긴 해도 모뵈주였다. 결국 원정군은 내각 결정과 상관없이 모뵈주로 갔다고 한다. 기차 시간표가 제1차 세계대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세계대전에 대해 웬만한 건 알고 있다. 한데 기차시간표를 통해 세계대전을 들여다보니 익히 알던 사실도 새롭게 보인다. 20세기 저명한 역사학자의 수작을 뒤늦게라도 만나는 기쁨 역시 쏠쏠하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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