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노아의 방주’ 비결 차수판… 수해에도 말뿐인 의무화

입력 2022-08-20 03:00업데이트 2022-08-20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11년 여름 ‘최악 물난리’ 폭우때… ‘차수판’ 건물만 물에 안잠겨 ‘화제’
서울 서초구, 신축건물 설치 의무화… 벌칙 규정없고 현장 확인도 안해
‘의무건물’ 12곳중 2곳만 설치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남빌딩에서 한 시민이 차수판 바깥으로 빗물에 잠긴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차수판 설치가 의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빌딩 앞에서 기자와 만난 이 건물 주인은 ‘차수판 설치 의무’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 건물주는 “그렇잖아도 이번 폭우 때 지하 계단으로 물이 들어와 직원들이 이틀 내내 청소하느라 고생했다”며 “의무인 줄 알았으면 진즉에 설치했을 것”이라고 했다.
○ 차수판 의무 건물 12곳 중 2곳만 설치
서초구는 폭우 시 침수 피해가 잦자 2011년 8월 국지성 폭우에 대비하겠다며 자체 지침으로 건물 신축 시 지하 계단·주차장 출입구 등에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후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지침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차수판 설치를 건축허가 조건으로 부여하고, 사용 승인 시 감리자가 차수판 설치 이행 사진을 제출토록 했다. 2011년 여름 ‘최악의 물난리’라는 말이 나왔던 폭우 당시 서초구 청남빌딩이 다른 빌딩들과 달리 침수되지 않았던 것이 계기였다. 높이가 1m가 넘는 차수판을 설치한 이 빌딩은 ‘노아의 방주’라는 별명을 얻었고, 최근의 기록적 폭우에도 침수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 동아일보 기자가 16일 서초구 서초동과 방배동, 반포동 일대에서 2011년 9월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 중 12곳을 무작위로 골라 둘러본 결과 차수판이 있는 곳은 2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2곳은 이번 폭우 때도 별다른 침수 피해가 없었다고 했다.

서초동의 한 빌딩은 2020년 건축허가를 받아 2021년 사용 승인이 났지만 차수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빌딩 관리소장은 “건축 시 차수판 설치 지침이 있는지 몰랐고, 건축허가와 사용 승인을 받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 5000만 원 안팎 비용 들어…안 해도 벌칙 없어
차수판 설치에는 적잖은 비용이 든다. 한 차수판 시공사 관계자는 “길이 10m, 높이 1.5m 정도의 자동식 스테인리스 차수판은 설치비를 포함해 5000만 원 안팎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 서초구는 차수판 설치 지침을 마련해 놓고도 현장 확인 등은 하지 않았다. 벌칙 규정도 따로 없어 차수판 설치는 사실상 건물주의 의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차수판 설치는 조례나 규칙이 아닌 구 내부 방침이어서 하지 않아도 벌칙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건축허가 및 사용 승인 시 허술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관리 감독해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줄이겠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 역시 2012년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미설치 시 벌칙 규정은 없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