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어서 오세요”… 4년 만의 부모님 방문[폴 카버 한국 블로그]

폴 카버 영국 출신·유튜버
입력 2022-08-19 03:00업데이트 2022-08-19 03:2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유튜버
내가 한국에 사는 동안 부모님은 20여 번 나를 보러 한국에 오셨다. 특히 애들이 어렸을 때 너무 자주 오셔서 내가 10잔 구매하면 한 잔 공짜로 주는 커피쿠폰처럼 한국관광공사에서 여행 한 번은 공짜로 보내줘야 하지 않나 농담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은 한국에 오지 못하셨다. 그러던 중 6월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부모님이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셨고, 2주 동안 나는 서울 여기저기 열심히 모시고 다녔다.

특히 4년 동안 나는 하는 일도 바꿨고, 이사도 했으니 보여줄 것과 갈 곳이 많았다. 게다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시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동안 찍었던 유튜브 및 각종 방송을 우리 어머니만큼 열심히 보신 분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 모든 것을 시청하시면서 가보고 싶으신 곳을 다 적어 놓으셨다. 그래서 아주 바쁜 몇 주간을 보내게 됐다.

부모님과 함께 서울 구경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4년간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깨달았다. 한국 생활의 베테랑인 나는 서울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기도 했다. 크게는 4가지의 큰 차이가 느껴졌다고 하셨는데 첫째는 지하철 노선 확장이었다. 서울 지하철은 옛날부터 복잡했고 지하철로 못 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노선이 더 생겼다고 어머니가 놀라셨다. 노선도가 복잡하게 보이는 것과 달리 실질적으로 지하철을 타다 보니까 갈아타고 길을 찾는 것이 너무 편하다고 칭찬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10년 넘게 소유했던 교통카드도 금액이 그대로 있어서 계속 사용하셨다. 아버지가 전차 앞부분에서 가는 방향이 시원스레 보이는, 기관사 없는 신분당선을 되게 신기해하셨다. 특히 지하철 속도와 다음 역까지 남아 있는 거리를 알려주는 계측기를 무지 신기해하셨다.

새로운 버스에 대해서도 엄지척을 하셨다. 조용한 전기버스, 그 버스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와 충전기 같은 편의 시설이 영국과 너무 비교된다고 하셨다.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사는 것은 영국에서 사는 것에 비해 많이 편리하다. 특히 한국의 지속적인 기술화와 애플리케이션화로 인해 모든 것이 빠르다고 느끼셨던 것 같다. 무엇이든 필요하면 휴대폰 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익숙지 않아 하셨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비대면적으로 휴대폰으로 해결하면 외롭지 않냐고 나를 걱정하기도 하셨다. 사실 외로울 때가 적지 않지만 요즘은 앱을 통해서 나에게 알맞은 모임 같은 것을 찾을 수도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언급하셨던 변화는 사회적 변동이다. 부모님은 이번 방문에서 이전에 비해 문신한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봤다고 하셨다. 그것도 발목에 있는 작은 별 같은 문신 아니고 몸 곳곳에 있는 대형 문신 말이다. 그런 현상을 보고 사회가 그런 것에 대해 완화되는 추세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사회과학자도 아니고 정치학자도 아니라서 그것까지 모르겠지만 나도 문신의 급증을 느꼈다.

이런저런 변화는 분명히 있었지만 우리 부모님 입장에서 한국은 사회적 집단주의가 여전히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모든 사람이 아직까지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하는 모습을 보고 마스크가 정치화되어버린 영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보살피는 것 같다고 언급하셨다.

며칠 전에 부모님을 공항에 배웅했다. 그동안 영상이나 말로만 보여드린 것을 실질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해 하고 싶은 것들의 반도 못 해서 마음이 상당히 무거웠다. 4년이 지나는 동안 부모님은 칠순을 넘겼고 그만큼 늙으셨다. 그래서 옛날만큼 열심히 돌아다니지 못하신다. 옛날엔 활동적인 등산 같은 것을 좋아하셨지만 이제는 좀 더 차분한 산책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깨달았다. 언젠가 12시간 동안 비행기 타고 오시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될 것이다. 그날은 아직 많이 멀었으면 한다. 부모님도 똑같은 생각일 거라고 느낀다. 20번 넘게 와보셨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에서 출국하기 전에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커피 한잔을 나누며 내년에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셨다. 나는 어머니 말씀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못 오셨던 4년간의 잃어버린 세월이 너무 아쉬웠다.

폴 카버 영국 출신·유튜버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