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기소시 당직정지’ 유지… 당대표가 구제할수 있게 해 ‘꼼수 방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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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 ‘이재명 방탄용’ 비판에 당헌 개정 하루만에 백지화
윤리심판원 대신 당무위가 구제
비명계 “셀프구제 가능” 반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국민이 100일 평가를 매우 낮게 내리고 있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국민이 100일 평가를 매우 낮게 내리고 있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7일 ‘기소 시 직무 정지’ 당헌을 완화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 전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해당 조항을 ‘1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 판결 시 정지’로 완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서 ‘이재명 방탄용’이란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하루 만에 백지화한 것. 하지만 당 대표가 의장인 당무위원회에 정치 탄압 시 구제할 수 있는 권한을 새로 부여해 사실상 ‘꼼수 방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비대위 회의 후 “당헌 80조 1항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 대신 비대위는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인정될 경우 중앙당 윤리심판원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80조 3항 규정을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판단을 내릴 수 있다’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신 대변인은 “최고위보다 좀 더 확장된 논의기구에서 결정하는 것이 더 공신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굳어지는 가운데 최고위원도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꾸려질 경우 ‘방탄’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치 탄압 여부를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 포함된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에 맡긴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당무위도 결국 당 대표 중심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셀프 구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헌) 원안의 정신은 유지하되, 나쁜 의도를 갖고 있는 건은 구제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野대표 당직정지, 당무위서 셀프구제 가능… ‘이재명 방탄’ 열어놔


‘당헌 개정’ 따가운 여론에 절충안… 비대위, ‘기소시 당직정지’ 놔두되
정치탄압때 등 예외 조항 수정… 기존 윤리심판위 판단 사안을
당대표 주재하는 당무위로 변경… 비명계 “최악 면해” 친명은 반발


17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완화하기로 했던 ‘기소 시 직무정지’ 당헌을 하루 만에 원안대로 뒤집은 것은 “이재명 구하기”라는 비판 여론과 ‘비명(비이재명)’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의 공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3선 의원들도 반대 입장을 내는 등 당내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비대위 차원에서 일단 수습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다만 비대위는 친명(친이재명)계와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고려해 당 대표가 의장을 맡는 당무위원회에 구제 권한을 맡기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결국 방탄 가능성은 그대로 둔 ‘꼼수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비명계는 “전준위 안대로 강행은 막았다”며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 당내 갈등 확산 전 절충안 마련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전준위 안을 바탕으로 어제 의원총회 등에서 나온 여러 당내 의견을 종합해 절충안을 마련했다”며 “1항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당한 탄압이나 수사에 대해서는 구제 방안을 열어놓는 것으로 최종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날 전준위가 의원총회 도중 의결을 강행한 것을 두고 절차적 문제 제기가 이뤄진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당헌 80조 1항의 ‘기소 시 직무정지’는 그대로 두는 대신,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도록 한 80조 3항을 수정했다. 징계 처분의 취소 및 정지 주체를 당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꾼 것. 전날 전준위는 이 주체를 최고위원회로 하는 방안을 의결했는데 이를 참여 인원이 더 많은 당무위로 바꿔 친명계와 비명계 간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방탄 효력은 여전한 꼼수”
비명계는 일단 전준위 안을 부결시킨 데에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이재명 후보와 당권 경쟁 중인 박용진 후보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바로 세우기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썼다. 친문 전해철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혁신적인 모습의 원칙을 지킨 것은 바람직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친명계는 반발했다. 이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는 “도덕적 완벽주의에 빠져 최소한의 방패마저 내려놓고 맨몸으로 적과 싸우라고 종용하는 것이 진정한 동지애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장경태 후보도 페이스북에 “전준위의 당헌 80조 개정안이 비대위에서 무너졌다”며 “이를 계파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당원의 요구를 무시하는 행태는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는 이날 저녁 광주KBS에서 진행된 TV 토론회에서 ‘비대위 결정을 철회하라는 박찬대 후보 등과 입장이 같냐’는 박용진 후보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당헌 문제는 저와 관련이 없다. 저는 뇌물수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게 아니고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조사받고 있다”며 이번 개정 논란이 ‘이재명 방탄용’이란 지적에 대해 정면 부인했다.

비대위의 결정이 일시적 갈등 봉합책일 뿐 ‘방탄 논란’의 여지는 그대로 남겨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사무총장 등 당무위 주요 멤버를 당 대표가 정하기 때문에 셀프 구제는 정해진 수순”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꼼수 방탄’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무늬만 달라졌을 뿐 방탄의 효력은 달라지지 않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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