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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이철희]사드 ‘3不’의 현실과 ‘3可’의 미래

입력 2022-08-18 03:00업데이트 2022-08-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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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결정 때 한미가 공표한 ‘1限’의 굴레
신냉전 긴장 속 自强 없인 활로 못 열어
이철희 논설위원
지난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재점화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은 곧바로 우리 정치권을 들끓게 했다. 한국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화를 하지 않는다는 ‘3불(不)’에다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1한(限)’까지 선언했었다는 중국 측 주장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정권의 안보주권 포기”라며 이면합의 여부에 대한 규명을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인수인계받은 사안이 없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1한’에 대해선 여당 공세는 번지수가 잘못됐다. ‘1한’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월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공표된 내용이다. 당시 한미의 발표문에는 한국에 배치될 사드는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It will be focused solely on North Korean nuclear and missile threats and would not be directed towards any third party nations)’이라고 돼 있다.

결국 ‘1한’의 근원은 박근혜 정부 때 미국과 함께 발표한 동맹 차원의 공동발표에 있었다.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대대적 사드 보복을 무마하기 위해 ‘3불’ 입장을 천명하면서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1한’을 주요 협의 의제로 삼은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중국은 이미 2014년부터 미국 MD망의 구성 요소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사드 배치는 미국이 중국 동북부의 핵미사일 기지를 들여다보며 중국의 핵 억지력을 무력화하려는 노림수라고 본 것이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박근혜 정부 역시 미국의 요청도, 한미 간 협의도, 결정된 바도 없다는 ‘3노(No)’를 내세우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외교적 관리는 서툴고 안이했다.

중국은 정작 미국은 제쳐두고 약한 고리인 한국에만 보복을 가했다. 그런데 한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동안 미국은 뒷짐 진 채 침묵했다. 한국은 여러 경로로 미국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정권교체기까지 겹친 미국의 반응은 냉랭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MD용 레이더 배치를 타진해왔던 미국이지만 막상 배치한 뒤 한국이 겪는 곤경엔 나 몰라라 했다.

따지고 보면 중국의 ‘3불’ 요구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1한’에 대한 불신에서, 한국의 ‘3불’ 수용은 미국의 방관자적 태도에 대한 실망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를 전 정부 최악의 외교 실책으로 보고 북핵 문제가 잘 풀리면 언제든 철수시킬 수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3불’이다. 비록 약속도 합의도 아니라지만 우리 안보의 미래 선택지마저 닫아버린 또 하나의 실격(失格) 외교였다.

윤석열 정부는 그런 ‘굴욕 외교’의 산물을 폐기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보자. 윤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건 ‘사드 추가 배치’ 6자 공약도 외교적 고려 속에 슬그머니 접어둔 상황 아닌가. 더욱이 고조되는 미중 간 전략적 긴장 속에 MD 참여나 한미일 군사동맹화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무모한 선택일 것이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대국의 패권경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자강(自强)의 노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 긴장으로 세계 각국이, 당장 이웃나라 일본까지 대규모 국방비 증액에 나서는 요즘이다. 한데 한국에선 군비 증강 목소리도 듣기 어렵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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