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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동전의 양면’ 노년과 청춘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아름다움과 희망을 찾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입력 2022-08-18 03:00업데이트 2022-08-18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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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영화로 읇다] 〈43〉8월의 고래
영화 ‘8월의 고래’에서 언니 세라(왼쪽)는 노년을 비관하는 동생 리비와 달리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다. 키노필름 제공
64세를 일컫는 말로 파과(破瓜)가 있다. 오이 과(瓜)의 자획을 풀어 나누면 여덟 팔(八) 두 개가 되기 때문(八 곱하기 八은 64)이다. 파과는 청춘을 가리키기도 한다. 여덟 팔(八) 두 개는 16(二 곱하기 八)도 된다. 노년이 청춘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임을 시사한다. 린지 앤더슨 감독은 예순네 살에 노년의 일상을 다룬 영화 ‘8월의 고래’(1987년)를 찍었다. 당나라 백거이(772∼846)도 예순네 살 되던 해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이어지는 시에서 시인은 늙는 것이 슬픈 것은 삶이 소중하기 때문인데, 요절하지 않는다면 늙을 수밖에 없으니 노쇠한 것이 일찍 죽는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또 예로부터 칠십 살 되는 이가 드문데, 자신은 여섯 살이 모자랄 뿐이니 장수한 춘추시대 영계기(榮啓期)를 부러워할 것 없다고 했다. 결국 늙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니 다시 술이나 한잔 기울이자고 마무리했다.

시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영계기는 공자가 스스로를 달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찬탄했던 인물이다. 언제나 즐거운 모습이었던 영계기는 그 이유 중 하나로 90세가 된 나이를 들었다. 이 무렵 백거이는 머리도 벗겨지고 이가 두 개나 빠졌을 만큼 노쇠했다. 하지만 ‘취하여 읊조리는 사람(醉吟先生)’으로 자처하며, 인생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 행복의 조건 중 하나라고 썼다(‘醉吟先生傳’). 노년의 즐거움을 노래한 이 시는 후대 사람들의 귀감이 됐다. 조선 후기 윤기(尹W)도 예순네 살 되던 해 이 시를 떠올리며, 백거이처럼 술에 취해 천명을 즐기겠다고 밝혔다(‘甲子元曉’).

앤더슨 감독은 영국 교육 현실을 통렬하게 비꼰 ‘만약에’(1968년)란 영화를 만들었다. 시인도 젊은 날 현실 정치의 불의에 분노하는 풍자시를 많이 썼다. 하지만 노년을 맞은 감독과 시인에겐 더 이상 격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차분하고 느린 템포로 노년의 잔잔한 기쁨에 주목한다.

영화 속 나이 든 자매는 젊은 시절 본 고래를 다시 보기 위해 바닷가로 간다. 8월의 여름날과 노인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그들 역시 젊고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주인공 세라 역을 맡은 전설적인 여배우 릴리언 기시는 출연 당시 94세였다. 세라는 노년을 비관하는 동생 리비와 달리 언제나 아름다움을 찾고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한다. 시인 역시 노년을 기쁘게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자족하는 마음이 노년을 아름답게 만든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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