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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민주, 당헌개정 일보후퇴… ‘방탄 꼼수’ 부리면 역풍 맞을 것

입력 2022-08-18 00:00업데이트 2022-08-1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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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국민이 100일 평가를 매우 낮게 내리고 있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는 당헌 80조 1항을 바꾸지 않기로 어제 결정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는 그제 ‘기소와 동시에’라는 문구를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로 고치기로 의결했지만 비대위가 하루 만에 뒤집었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의 제재를 완화하려고 시도했다가 비판 여론에 부닥치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헌법상 권리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춰 보면 기소가 됐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움직임은 사법의 잣대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서 비리 의혹에 대처하겠다는 취지의 당헌 개정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5년 소속 의원 130여 명 중 30여 명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도 기소되면 즉시 당직을 박탈한다는 혁신안을 만들었다. 야당 탄압이 우려된다는 당내 반발이 있었지만 도덕성 우위를 보여주기 위해 혁신안이 당헌에 반영됐다. 이듬해 총선에서 제1당이 됐고, 재집권에도 성공한 민주당은 여태껏 그 조항을 그대로 뒀다. 그런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당헌을 바꾸려고 하니 대장동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당 대표 후보를 구하기 위한 ‘방탄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기소되더라도 직무정지를 피할 수 있는 당헌의 예외 조항은 운영 과정에서 꼼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비대위는 외부 전문가 위주의 윤리심판원 대신 당무위원회가 정치 탄압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당무위가 정무적 판단을 내세워 동료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남발하면 부정부패 연루 정치인에 대한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이 조항이 특정 개인을 위해 악용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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