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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군사분계선 넘어간 1등 로또는 누구 품에?

입력 2022-08-17 03:00업데이트 2022-08-1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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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 ‘육사오’ 24일 개봉
57억 당첨금 향한 남북 군인 이야기
황당무계한 설정-진지한 연기 대비 ‘코믹 웹툰’ 보듯 가볍게 즐길 만
영화 ‘육사오’에서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왼쪽)는 1등에 당첨된 로또가 날아가자 이를 찾으러 군사분계선까지 왔다가 로또를 주운 북한군 하사 용호(이이경)와 마주친다. 씨나몬㈜홈초이스 제공
말년병장 천우(고경표)가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다닌다. 무표정한 얼굴로 만사를 귀찮아하던 모습과 딴판. 최전방 감시초소(GP) 위병소에서 주운 로또가 1등에 당첨돼서다. 당첨금은 무려 57억 원. 그러나 기쁨도 잠시, 로또가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 중이던 북한군 용호(이이경)는 이를 줍고도 종이 쪼가리로 여긴다. 그러나 곧 어마어마한 종이임을 알게 되고 동료들과 당첨금을 찾을 방법을 궁리한다. 천우 등 한국군 3명과 용호 등 북한군 3명은 DMZ에서 당첨금 분배를 위한 ‘남북 회담’을 연다. 이들은 모두가 만족할 합의를 도출해 남북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 ‘육사오’는 기발한 소재에, 여름 극장가에서 종적을 감췄던 코미디 영화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달마야 놀자’(2001년), ‘박수건달’(2003년)의 시나리오를 써 ‘웃기는 능력’을 검증받은 박규태 감독 작품이어서 더 크게 주목받는 분위기다. ‘육사오(6/45)’는 45개 숫자 중에 6개를 맞히면 1등이라는 의미다.

영화는 코미디라는 한 길만 보고 나아간다. 후반부 남북 군인들 사이에 싹트는 우정을 다루면서 신파로 흐를 조짐이 보이지만 감독은 이를 과감히 쳐내며 코미디에 집중한다.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강 대위 역) 등 배우들은 애써 웃기려 하지 않는다.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이들의 모습은 황당무계한 설정과 대비되며 관객을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 2년 전 전역한 고경표는 말년병장이 생활관에서 TV를 보는 자세까지 재현하며 군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한국군은 물론 북한군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저마다 맛깔 나는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한 팀처럼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MDL에 철조망이 줄처럼 설치돼 남북이 나뉘는 장면이 나오는 등 시각적·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DMZ 풍경을 사실과 다르게 연출한 부분도 많다. 실제 MDL은 일정 간격을 두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게 전부다. 남북 군인들이 GP 철책을 넘어 MDL까지 비교적 자유롭게 다니는 등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도 있다. 그러나 영화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다루는 만큼 ‘영화적 허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코믹 웹툰 보듯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싶은 이들이 반길 만한 영화다. 24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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