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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주택 270만 채 공급”, 물량 채우려 시장 흔드는 일 없어야

입력 2022-08-17 00:00업데이트 2022-08-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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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지하 대책’이 담은 ‘250만호’ 주택공급계획 등 尹정부 첫 대규모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08.16. 뉴시스
5년간 전국적으로 270만 채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어제 공개됐다. 재건축·재개발과 민간의 도심복합사업을 활성화해 서울에 50만 채를 공급하는 등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큰 폭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8·16 대책’에서 정부는 서울, 수도권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가구당 수천만∼수억 원에 이르는 재건축 부담금을 줄여주고, 지나치게 엄격한 안전진단의 문턱도 낮추기로 했다. 역세권 등에서 추진되는 민간 주도 고밀도 복합개발 사업의 경우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한다. 시세의 70% 이하로 공급받고 5년 이상 거주 후 되팔면 시세차익을 보장해주는 청년원가주택도 선보인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이 여전히 95%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은 필요하다. 더 나은 집으로 옮기려는 수요, 1·2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를 고려할 때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보급률은 110%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급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책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지난 5년간 공급된 32만 채보다 56% 많은 50만 채의 주택 공급이 5년 안에 이뤄져야 한다. 현재 171만 채인 서울 공동주택의 30%를 재건축·재개발, 고밀 도심개발 등을 통해 공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절차를 압축해 속도를 높인다 해도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또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하려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실현 가능성만큼이나 우려되는 건 정부가 주택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11주 연속 서울 아파트 값이 하락하는 등 최근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른 영향이 크다. 이번 공급대책이 현실화하는 내년 이후 시장 여건이 달라지면 부동산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품질의 주거를 확충하면서도 수요를 지나치게 자극해 집값을 들쑤시는 일이 없도록 정책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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