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받겠다는 생각마저 비울때, 가장 진실된 몸짓 나오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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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슈프림’ 공연 위해 귀국… 김기민 러 마린스키 수석무용수
세계적 무용수들 18명 함께 고국서 첫 갈라 무대 설레
매일 5시간씩 근력운동하고, 섬세한 표현 위해 음악도 공부
새로운 역할 도전하고 싶어

김기민은 ‘발레 슈프림 2022’에서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돈키호테’와 ‘해적’의 파드되(2인무)를 선보인다. 그는 “여러 
곳에서 (두 작품으로) 초청을 받았을 만큼 많이 공연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작은 
사진은 2019년 러시아에서 열린 그의 단독 리사이틀에서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마리아넬라 누녜스와 ‘해적’의 파드되를 추는 
모습. ⓒmikheea_yulia_foto·ⓒYOON6PHOTO
김기민은 ‘발레 슈프림 2022’에서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돈키호테’와 ‘해적’의 파드되(2인무)를 선보인다. 그는 “여러 곳에서 (두 작품으로) 초청을 받았을 만큼 많이 공연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작은 사진은 2019년 러시아에서 열린 그의 단독 리사이틀에서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마리아넬라 누녜스와 ‘해적’의 파드되를 추는 모습. ⓒmikheea_yulia_foto·ⓒYOON6PHOTO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0)을 수식하는 말에는 유독 ‘최초’가 많다. 2016년 한국 발레리노 최초로 무용계 아카데미상 ‘브누아 라 당스’ 최고 남자 무용수상을 수상했고 2011년엔 세계 3대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동양인 최초로 입단해 두 달 만에 주역을 꿰찼다. 그리고 2015년엔 최연소 수석무용수 자리에 올랐다.

팬데믹 여파로 2018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 ‘돈키호테’ 이후 한국에 오지 못했던 그가 3년 9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선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8∼20일 네 차례 공연되는 ‘발레 슈프림 2022’에서다. 멕시코 초청 공연을 마치고 15일 한국에 도착한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3년여 만에 한국 오니 우선 부모님과 형(김기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을 볼 수 있어서 가장 기쁩니다.(웃음) 또 고국 무대에서 갈라 공연을 처음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이번 공연은 김기민을 비롯해 해외 유수의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19명이 선보이는 갈라 무대다. 김기민은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마리아넬라 누녜스(40)와 함께 ‘해적’ ‘돈키호테’의 그랑 파드되(2인무)를 춘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전 수석무용수 알리나 코조카루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프리데만 포겔이 합을 맞춘 ‘오네긴’의 ‘회한의 파드되’와 ‘마농’의 ‘침실 파드되’도 선보인다.

“누녜스는 한국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0순위 발레리나입니다. 정확성을 중시하는 영국 발레 특성상 모든 동작을 완벽하게 하려면 힘이 많이 드는데, 누녜스는 그런 와중에도 파트너를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무용수입니다.”

예원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레를 배운 그에게 마린스키는 선망의 무대였다. 전설적인 무용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나탈리야 마카로바가 모두 마린스키 출신이기 때문이다. 어엿한 마린스키의 주역이 된 지금, 그는 자신만의 템포를 지키며 무대에 서고 있다.

“공연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언제 환호하는지 알게 돼요. 하지만 무대 위에선 관객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박수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비우고 춤을 출 때야말로 가장 진실한 몸짓이 나오거든요.”

다른 발레리노들에 비해 배로 높이 뛰는 점프력을 가진 그에게 ‘중력을 거스르는 도약’ ‘시간이 멈춘 듯한 점프’와 같은 찬사가 쏟아진다. 김기민의 완벽한 테크닉은 혀를 내두르는 연습의 결과물이다. 수석무용수가 된 지금도 그는 매일 오전 7시면 연습실에 도착해 10시간가량 연습한다. 근력 운동만 매일 5시간씩 할 정도다.

“주변에서 ‘좀 심하지 않냐’고 말하긴 해요.(웃음) 신체 조건이 아무래도 서양 무용수에 비해 부족한 만큼 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죠. 스트레칭, 근력 운동은 물론이고 섬세한 감정 표현을 위해 요즘은 음악 공부도 많이 해요.”

마린스키에서 올해 상반기 전막 공연만 40회 가까이 소화한 그는 전막 발레 ‘마르가리타와 아르망’ ‘레닌그라드 심포니’로 다음 시즌을 연다. 미공개 신작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해 보고 싶어요. 저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역할도요. 예를 들면 ‘안나 카레니나’의 브론스키 역요. 러시아 현지 극장에서 동양인 발레리노가 추는 브론스키라니…. 처음이라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언젠가는 도전해보려 합니다.” 12만∼22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발레 슈프림#공연#김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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