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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尹 ‘담대한 구상’, MB ‘비핵개방 3000’ 한계 넘을 수 있나

입력 2022-08-16 00:00업데이트 2022-08-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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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한 ‘담대한 구상’의 세부 내용을 밝혔다. 북한의 핵 개발 중단과 실질적인 비핵화로의 전환을 전제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 6개 경제협력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구상은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담대한 계획’의 연장선에 있다. 계획(Plan) 대신 구상(Initiative)으로 개념이 확대됐다. 경축사에는 경제 협력 프로그램만 언급됐지만 정치 군사 부문 협력 로드맵까지 총괄하는 종합적인 구상을 준비 중이라는 설명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 과정부터 경제 지원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했다.

북한이 새 정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북한의 대외용 매체인 통일신보는 최근 담대한 계획에 대해 “역사의 쓰레기통에 던져졌던 이명박(MB) 정부의 ‘비핵개방 3000’(북한이 비핵화·개방에 나서면 대북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적당히 손질한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비핵개방 3000을 대폭 바꿨다”고 했다. 경제 협력 아이템이 업그레이드됐고 비핵개방에는 없는 정치 군사 협력 방안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 비핵개방은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조치 및 지원 등 ‘행동과 행동’의 교환인 데 비해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논의와 경제 협력이 함께 진행된다는 얘기다. 유엔 제재 결의의 부분적 면제를 국제사회와 협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관건은 어떻게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느냐다. MB 때와 다르다고 하지만 북한은 본질적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한미 전략이 뭔지 불신도 클 것이다. 길고 지루한 북핵 게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 성과보다 긴 호흡으로 대처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럴듯한 말보다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할 실질적 여건 조성도 필요하다.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정책도 면밀히 검토해 전략적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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