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여론전 나선 이준석 “尹의 XX발언, 나 때리라는 지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5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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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예고대로 본격적인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특히 이 대표는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친윤(친윤석열)계와 정면으로 맞서는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친윤계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이 대표를 향한 관심이 소멸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李, ‘온라인 당원 공간’ 통해 장기전 채비


지난달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이후 언론 인터뷰를 고사했던 이 대표는 15일부터 인터뷰를 재개했다. 그는 이날 하루에만 두 번의 인터뷰를 갖고 ‘윤핵관’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칭할 때 썼다는) 이 XX, 저 XX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준석을 별로 안 좋아하니 때려도 되겠다’는 지령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13일 기자회견에서 앞뒤가 다름을 꼬집는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을 인용한 것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했다”고 반발하는 것을 두고는 “계속 그 얘기를 하면 대통령을 더 곤란하게 하는 길”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간의 성적에 대해서는 “(100점 만전에) 25점”이라고 했다.

당원권 정지로 이 대표는 내년 1월 9일 전까지는 전당대회 출마 등을 할 수 없다. 대신 이 대표는 특정 주자와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전당대회가 일찍 치러지고 후보군이 명확해지면 그 안에서 제 지지층이 생각하는 최우선적인 주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만약 지금 전당대회에 출마한 사람이라면 ‘저는 이번 전대를 통해 윤핵관과 그 호소인의 성공적인 은퇴를 돕겠다’는 한마디로 선거를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열성 지지층을 발판으로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에서 영향력 과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 측이 특정 주자를 밀거나, 반대할 경우 성사 여부를 떠나 큰 파장이 일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온라인 당원 소통 공간을 만들어보겠다”고 한 것도 이런 정치적 행보를 위한 준비라는 분석이다.

● 친윤 “결국 여론은 李에게서 멀어질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의 연이은 공세에 친윤계와 국민의힘은 일절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이 대표의 난사에 다들 격앙 그 자체지만 괜히 대응해 이 대표가 주도하는 국면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친윤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대표를 향한 관심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 통화에서 “지금이야 처음이라 다들 관심을 갖지만 (이 대표가) 계속 그렇게 하면 국민 여론도 이 대표에게 돌아설 것”이라며 “뭐든지 다 이기려고만 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했다. 지금이야 이 대표가 쏟아낸 자극적인 표현으로 여론의 관심이 높지만, ‘장외 여론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관심을 식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친윤계로 꼽히는 한 초선 의원은 “당 차원에서 이 대표를 응징할지 여부를 의원들에게 물을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이 대표의 원내 기반이 취약한 것도 친윤계가 장기전을 준비하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채 10명도 되지 않고, 윤 대통령의 임기도 4년 넘게 남았다”며 “차기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반기에 동조하는 표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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