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통령 지도력 위기” vs 대통령실 “李, 이성 잃은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4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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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저에 대해 ‘이 XX 저 XX’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이 대표는) 사악한 정치 지도자”(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한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여권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개고기”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 가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은 물론 대통령실,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여권 내에서는 “망언”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집권 100일도 안된 시점에서 20%대로 추락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해 겉으로는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탈당에 선을 긋고 ‘반윤(反尹) 여론전’에 나서는 이 대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 李, 尹-윤핵관-대통령실-당 겨냥 난사

지난달 당원권 6개월 정지 이후 지방 행보를 이어갔던 이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62분 동안 작심한 듯 여권 전체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그들(‘윤핵관’)이 저를 ‘그 XX’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도 선거 승리를 위해 참을 인(忍)자를 새기며 뛰었다”며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다는 자괴감에 몇 번을 연을 끊고 싶었다”고 했다.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을 칭하는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인용해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성토한 것. 또 이 대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철규 장제원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경상도나 강원도, (서울) 강남 3구 등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 때문에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윤핵관’들을 향해 “선거가 임박할수록 희생양의 범주를 넓혀 어쩌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희생양에 대통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머릿속에 삼성가노(三姓家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만 했다. ‘성 셋 가진 종놈’이란 뜻의 삼성가노는 이 대표가 2017년 대선 당시 반기문 유승민 홍준표 후보를 지원했다며 장 의원을 비판하며 쓴 표현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훗날 ‘윤핵관’들이 필요에 따라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한 것을 두고 군부 독재 시절 계엄령에 빗댄 이 대표는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했다.

● ‘당내 투쟁’ 선언한 李 문제 놓고 여권 고심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이 의원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며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내면 오히려 대립만 더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맞대응 할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만 키워준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만 “이 대표가 이성을 잃은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인터뷰와 책 출간 등을 통한 공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이 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당원 가입을 독려하며 탈당 뒤 신당 창당의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여권은 이 대표 문제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물론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 대표는 “여론조사를 보면 (자신과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도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는 것 같고, 저에 대한 기대를 가진 당원과 국민이 많다”며 “‘윤핵관’은 (지지율을) 합쳐도 채 10%도 안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향후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못하더라도 새 지도부를 뽑는데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 문제로 촉발된 여권 내부 갈등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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