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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MZ세대와 함께 일하는 법[오늘과 내일/김용석]

입력 2022-08-13 03:00업데이트 2022-08-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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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이 아닌 ‘을’로 변하는 기업들
사회기여·배려가 아니라 생존 위한 길
김용석 산업1부장
기업의 고위 임원들과 대화하다 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 이야기가 테이블에 오를 때가 있다. 조직, 동료보다 자기 이익을 우선시한다든지, 퇴사를 일삼는 행태를 아쉬워한다. 일을 할 때 하나하나 이해시키고, 끊임없이 칭찬해줘야 하는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MZ세대 험담으로 흐를 때쯤 “따져보면 그들이 하는 얘기가 대체로 옳지 않으냐”고 물으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된다. 높은 자리에 오른 이들도 참고 희생해 왔을 뿐 욕망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선 세대는 1990년대 이후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MZ세대보다 참고 견뎌야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자동차 유리 제조기업인 중국 푸야오가 미국 오하이오의 GM 공장을 인수해 새 주인이 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중국인 관리자와 미국인 직원이 갈등을 빚자 중국인들은 세미나를 열어 미국인을 연구한다. “그들은 주말을 다 쉬는 안락한 삶을 살죠. 하루 8시간만 일해요.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죠. (중국인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관념과 이론을 싫어합니다.” “어려서부터 격려를 많이 받아요. 모두 과하게 자신감이 있는 상태죠. 추켜올려 주는 걸 좋아합니다. 그들과 다투면 곤란해요. 당나귀 털도 결대로 쓰다듬어야 하잖아요.”

반면 미국인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중국인)은 쉬지 않고 일해요. 화합을 중시하죠. 왜 이렇게 일해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도 대답을 안 합니다. 우리는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들 얘기는 우리 기업 안 세대 갈등과 묘하게 닮아 있다.

팬데믹 영향으로 만들어진 노동자 우위 노동시장은 갈등의 균형추를 빠르게 옮겨놓았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A 씨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다. 테이블 담당 직원이 빵이 담긴 그릇을 던지다시피 놓고 간 뒤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세상은 나만 빼고 모두가 갑(甲)이야.” 앞으로는 누구나 ‘내가 을(乙)이 되는 것’에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갑-을 관계’에서 을의 숙명은 내가 왜 필요한지 존재 이유를 상대에게 이해시켜야 한다는 데 있다. 레스토랑 직원 입장에선 굳이 그곳에서만 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갈 곳은 많고 조건은 비슷하다. 더 높은 급여, 더 좋은 근무 환경, 매너 좋은 손님들까지…. 그가 일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우리는 단골 레스토랑을 잃게 된다!

취업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주요 대기업도 직원들이 일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는 세상이 왔다. 연봉만 올려서 될 일이 아니다.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 자신의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시대다. 한 정유사 CEO는 “우리의 일이 화석연료 시대를 연장시킨다는 점 때문에 젊은 직원들의 일할 동기가 사라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기업들은 변하고 있다. 내부 직원 모두를 속일 수 없으니 이미지 세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사람이 떠나면 모든 것을 잃는다. 안으로는 구성원에게, 밖으로는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자신이 왜 세상에 도움이 되는지 열심히 설득하고 실천한다. MZ세대와 함께 일하기, 갑이 아닌 을에 적응하기는 더 이상 남을 위한 배려와 기여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숙제가 됐다.

김용석 산업1부장 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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