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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정신질환자 두 번 아프게 하는 ‘낙인’

입력 2022-08-13 03:00업데이트 2022-08-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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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이라는 광기/스티븐 힌쇼 지음·신소희 옮김/2만5000원·453쪽·아몬드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저자의 아버지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철학과 교수로, 평소 아들이 무슨 질문을 하든 친절히 답해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 가족이 다 함께 외식을 하러 나간 날, 그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장모에게 거친 표현을 내뱉었다. 저자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의문을 가졌다. ‘이 낯선 모습의 아버지는 과연 누구인가.’

저자의 아버지는 중증정신질환(양극성 장애)을 앓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가끔씩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는 아버지의 고백을 처음 듣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1995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24년간 아버지와 나눈 대화 등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자신과 가족이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담담히 전한다. 아버지에게 남겨진 낙인을 극복하고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세상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아버지는 1936년 9월, 3m 높이의 집 지붕 위에서 뛰어내렸다. 당시 16세였던 그는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파시스트로부터 유럽을 구해 달라고 호소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자유세계를 구할 운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하고 급기야 두 팔이 날개가 돼 날아오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병의 치료보다 더 힘든 건 낙인과의 싸움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낙인은 ‘예상 낙인’과 ‘명예 낙인’, ‘자기 낙인’이 있다.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병을 들키지 않을까 항상 걱정했고(예상 낙인), 스스로를 세상에서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여기는 패배의식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다(자기 낙인). 어머니는 멀쩡한 가족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명예 낙인). 저자와 여동생, 어머니는 매일 정상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역할극’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낙인은 수치를 낳고 수치는 침묵을 낳는다”고 말한다. 고통스러운 마음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솔직한 대화가 절실하다. 낙인과의 싸움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인간성의 회복이라고 강조한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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