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후 월경불순, 백신 때문이었다…전문가들, 인과관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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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12일 1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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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 위원장(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 구성 및 연구내용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11.12/뉴스1 ⓒ News1
박병주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 위원장(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 구성 및 연구내용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11.12/뉴스1 ⓒ News1
11일 한국의학한림원 산하 백신안전성위원회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월경이 잦아지거나 자궁출혈이 많아지는 증세가 백신 접종이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국내 많은 여성들이 호소해온 이상자궁출혈과 백신 접종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것이다.

이날 위원회가 개최한 4차포럼에서 최남경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자기-대조환자군연구(SCCS) 방식으로 접종 후 발생 위험률과 접종 이전 또는 이후 대조구간에서의 이상반응 발생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코로나19백신을 접종받은 16~64세 여성 중 2021년 2월27일~2022년 2월28일 사이 빈발월경 및 출혈관련 이상자궁출혈 진단 기준을 만족하는 95만여명을 대상으로 했다. 최종 SCCS 분석 대상에 포함된 환자는 10만8818명이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접종 후 위험 구간(1~30일) 이상자궁출혈 및 빈발월경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모든 소그룹에서 동일하게 나왔다. 백신을 맞은 여성은 빈발월경과 등 이상자궁출혈 발생 위험이 일반적인 상황보다 1.4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연령대는 조사 대상인 이상자궁출혈 증상자 10만8818명 중 16∼29살 31%, 40∼49살 28%, 30∼39살 23% 순으로 많았다.

위원회는 “본 연구결과와 문헌고찰을 포함하여 현재까지의 과학적 근거를 종합한 결과 코로나19백신과 이상자궁출혈 간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수용할 수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위원회는 비교적 짧은 위험구간 내에서 이상자궁출혈 중 빈발월경 및 출혈 관련 발생 위험을 확인한 것이지 무월경 및 희발월경 등에까지 확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대상에 일시적인 경우와 지속적인 경우의 이상자궁출혈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향후 만성 이상자궁출혈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럼 참석자들은 이번 연구의 의의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지만 날카롭게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조시현 강남세브란스 산부인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해석에 주의할 점을 설명했다. 조 교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생리주기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했고, 백신을 맞아서가 아닌 다른 이유로도 생리불순의 유병률이 13~14%라고 말했다. 아울러 마지막 접종 몇개월 후 증세가 소실되는 경우가 많아 연구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심부정맥혈전증(DVT) 등 혈전관련 질환의 분석 결과에서는 접종 후 위험기간과 접종 후 대조기간을 비교할 때 대체로 발생률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화이자 백신에서 발생률의 소폭 증가가 탐지되어 이에 대한 세부 분석이 요구됐다. 전문가들은 화이자 백신의 발생위험률(IRR)은 1.22로,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신경과 교수는 “대뇌정맥동혈전증(CVST) 경우 아스트라제네카(AZ) 등의 바이럴벡터 백신은 증가 위험이 있고, 화이자 등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은 바이럴벡터 백신보다는 위험성이 낮지만 유효한 수준에서 CVST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럴벡터백신의 기전은 정확히 밝혀졌지만 mRNA백신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이나 토론자들은 모두 혈전 위험의 경우 유럽에서 AZ나 얀센 등에 대한 경고가 나온 후이기 때문에 의료진이 먼저 관련 진단명을 염두에 둔 검사가 시행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토론에서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구들의 인과성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부작용 연구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고 대부분 자기-대조환자군 연구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 방식은 모르는 사안에 대한 결과를 연구하는데 유용한 것인데 이번 연구는 문제가 있으면 병원에 와서 확인받으라고 통지가 된 상태에서 이상반응이 보고된 경우라 일관성 있는 결과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임상에서 확진된 환자들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의료코드를 이용해 분류한 2차 자료를 분석한 것이라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강양구 TBS과학전문기자는 “이번 결과가 시민의 불안을 증폭하고 인과관계가 확실하다고 결론난 것으로 보일까봐 우려된다”면서 “연구진이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단순한 형태로 대중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백신 안전성 논란은 한국에서는 실제보다 더 가열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에 (메시지 전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11월12일 발족한 후 백신의 안전성 여부를 검토해온 안전성위원회는 박병주 의학한림원 부원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고, 20여명의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차 포럼을 가졌고 올해 3월과 5월 2차와 3차 포럼을 각각 가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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