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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귀갓길 동행하고, 동네 안전도 지켜요”

입력 2022-08-12 03:00업데이트 2022-08-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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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해결사 된 서울 안심마을보안관 6월 9일 0시 33분. 서울시 ‘안심마을보안관’ 홍명자 씨(65)는 강남구 논현동의 거리를 순찰하다가 한 건물 앞에서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멈춰 섰다. 몇 차례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셔 보니 영락없는 가스 냄새였다. 홍 씨는 부리나케 논현파출소와 강남소방서에 신고했고, 7분 만에 경찰차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확인 결과 실제로 다가구 주택 지하 보일러실에서 가스가 새고 있었다. 자칫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를 예방한 것이다.
○ 전직 경찰 등이 야간 순찰

서울시가 ‘1인 가구’의 안전한 귀갓길을 만들고자 올 4월 21일 도입한 안심마을보안관 제도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보안관들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평일 오후 9시∼다음 날 오전 2시 반 2인 1조로 동네를 순찰하며 시민 구호와 위험 시설물 처리 등을 한다. 관악구 서원동, 강서구 화곡본동, 광진구 화양동,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 등 주로 1인 가구가 밀집된 주거취약구역 15곳에서 활동 중이다.

총 63명의 보안관 가운데는 전직 경찰 및 군인 10명과 무술 유단자 14명이 포함돼 있다. 홍 씨 역시 강남구에서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모든 보안관은 경비원 교육과 심폐소생술,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뒤 투입된다.

보안관들은 출범 이후 이달 5일까지 1371건의 지역 안전과 관련된 조치를 취했다. 업무수행일 기준 75일 동안 매일 약 18, 19건을 처리한 셈이다. 유형은 다양했다. 홍 씨처럼 화재를 미리 막은 경우가 5건 있었고, 고장 난 가로등이나 전깃줄, 공사장 위험 시설물 등을 발견해 안전 조치를 취한 경우가 1010건이었다.

서울시 안심마을보안관이 술에 취해 길에서 잠든 사람을 발견해 깨우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시민을 보호하거나 구호조치를 취한 사례도 356건이나 된다. 보안관 김현호 씨(26)는 6월 29일 오후 11시 반 강서구에서 피를 흘리며 길에 쓰러져 있는 40대 남성을 발견해 지혈하며 119에 신고했다. 남성은 병원에 안전하게 이송됐다. 김 씨는 낮에는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하는 평범한 시민이지만 보안관 교육을 받은 덕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보안관들은 술에 취해 길에서 잠든 사람을 경찰에 인계하거나(137건), 시민 요청으로 귀갓길에 동행하기도 했다(106건). 종종 수상한 사람이 따라온다며 젊은 여성이 동행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안관들은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을 집에 데려다주는 등 노약자 보호(41건)에서도 활약했다. 동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습(51건)한 것 또한 보안관들의 성과다. 지난달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눈썹 부위가 10cm가량 찢어진 주민을 보안관이 도와 지혈을 한 뒤 병원으로 옮겼다. 동네에서 주민이 부탄가스를 들고 자해 소동을 벌인 적도 있었지만 보안관이 사고로 이어지는 걸 막기도 했다.
○ 치안 만족도 56%에서 79%로 껑충
보안관들이 다양한 활약을 펼치다 보니 활동 지역의 치안 만족도도 올라갔다. 서울시가 사업 시행 전후 이들이 활동하는 15개 지역 주민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사는 지역의 치안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보안관 출범 이전 56.3%에서 출범 후 79.1%로 22.8%포인트 증가했다. ‘보안관이 심리적 안정을 제공한다’는 응답이 92.1%, 사업 만족도는 91.0% 수준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사업 만족도가 높아 예산 8억6300만 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선 서울시 1인가구특별대책추진단장은 “사업 시행 구역을 점차 확대해 1인 가구가 늦은 시간에도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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