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코로나 걸렸었나…김여정 “고열 속 심하게 앓아”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8월 11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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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언급이 동생 김여정의 입에서 나왔다.

11일 북한 관영 매체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연설에서 김 위원장의 최근 몸 상태를 언급했다.

그는 “이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원수님과 무서운 열병을 앓으면서도 원수님 계시기에 우리는 꼭 이 사선의 고비를 넘고 무조건 살 수 있다는 억척의 믿음을 심신에 불사약으로 채우며 병마와 싸워 이긴 인민들의 모습은 영도자와 인민 사이의 혈연적인 정과 신뢰와 믿음이야말로 이 세상 그 무엇으로써도 깨뜨릴 수 없는 불가항력이고 기적과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며 절대적인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했다”고 발언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고열에 시달리다가 회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월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김여정은 북한의 코로나19 유행을 남한 탓으로 돌렸다. 그는 “전선 가까운 지역이 초기 발생지라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깊이 우려하고 남조선 것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으며 경위나 정황상 모든 것이 너무도 명백히 한 곳을 가리키게 되였는 바, 따라서 우리가 색다른 물건짝들을 악성 비루스 유입의 매개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학적 견해를 가지고 볼 때 남조선 지역으로부터 오물들이 계속 쓸어들어오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수수방관해둘 수만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고열을 앓다”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최고지도자의 건강을 노출하는 것은 코로나19 시련 속에 김정은을 한층 우상화하고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 대내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 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담론을 보면 ‘수척해진 모습이다’ ‘밤을 새우신다’ ‘끼니를 거르고 손수 운전하고 간다’ 이런 표현이 계속 나온다. 자기 몸과 건강을 돌보지 않고 인민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북한 내에 코로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희생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까지도 그러한 병을 앓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어 “지금 북한은 코로나가 끝난 게 아니고 강요된 위드코로나 전환이다. 이동 통제와 국경 봉쇄로 인한 경제난의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걸 해제하려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원인이 아니고 남한이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이 코로나에 승리했다고 선언했지만, 향후 언제든 지금보다 더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그때 남한에 책임을 전가시킬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내부에 불만이 아주 크기 때문에, 그 불만을 어딘가에 표출해야 하는데, 결국 ‘남한이 체제를 흔드는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불만의 출구를 돌려 놓으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숨기려 했으나, 김정은은 건강 상태에 문제가 발생하면 회복된 후에 그 같은 사실을 사후적으로 공개하면서 언론이나 김여정 같은 측근을 통해 김정은이 그런 상황에서도 인민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다는 식으로 오히려 김정은 개인숭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고열로 심히 앓았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되면 주민들은 김정은도 그들과 비슷한 고통을 겪었다고 상상하면서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며 “김정일이 끊임없이 자신을 일반 주민들과 차별화하면서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면 김정은은 주민들과 일체감을 형성하면서 주민들의 ‘자발적 충성심’을 끌어내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치술에 큰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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