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침수되는 강남…서울시 ‘100㎜ 물폭탄’ 대비책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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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10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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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 방향 도로가 침수돼 있다. 2022.8.8/뉴스1 ⓒ News1
8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 방향 도로가 침수돼 있다. 2022.8.8/뉴스1 ⓒ News1
상습 침수 구역인 서울 강남 일대가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또 물에 잠겼다.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항아리 지형’인데다,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하수관 물 수용능력 부족 등 고질적인 문제 때문에 처리 가능한 최대 용량을 넘어선 비가 쏟아지면서 속수무책 상황을 빚었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은 동작 524.5㎜, 서초 486㎜, 강남 451㎜ 순으로 기상 관측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간당 최대 강우량은 동작이 141.5㎜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는 116㎜, 서초구는 110㎜다. 1942년 8월5일(118.6㎜) 이후 80년 만에 최고치다.

반면 현재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은 85㎜에 그친다.

이 때문에 특히 수해에 지형적으로 불리한 강남과 서초에 피해가 속출했다. 인명피해는 자치구 가운데 서초에서 가장 많이(실종 4명) 발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강남구 대형병원도 피해를 입었다. 도곡동 세브란스병원 내부에 물이 차 자기공명영상장치(MRI)실 등이 있는 지하 1층 등이 침수됐다.

강남역 지대는 인근 서초역보다 14m 낮아 비가 내리면 주변 지역의 빗물이 모이게 된다. 또 반포천으로 물을 배출하는 하수관 경사가 잘못 시공돼 역류하는 경우가 잦다. 지하공간 활용도가 높아 저류시설 설치 또한 어렵다.

빗물이 흡수되지 않는 아스팔트 지대가 많은 것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녹지가 많은 강북 지역의 경우 이번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행안부에 따르면, 강남구는 2011년~2020년 중 3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호우 피해를 입었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3월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에서 △오목한 항아리 지형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 부족 △삼성사옥 하수암거 시공 오류 등을 원인으로 꼽고 대책 실행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완료하지 못했다.

그 배경엔 시장 교체에 따른 시정 변화와 예산 문제 등이 걸려 있다.

2010년 9월 도심 침수 피해에 이어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자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10년간 5조원을 투입해 시간당 100㎜ 집중 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며 긴급수방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2016년 완공 예정이었던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완공 시점이 2024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배수구역 경계조정은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 잡는 공사다.

‘방재용 대심도 터널’ 도입 계획도 대폭 축소됐다.

방재용 대심도 터널은 지하 50m 깊이에 설치하는 대형 배수관으로, 빗물을 저장했다가 내보내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오 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고 2013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방재용 대심도 터널 공사 계획은 7곳에서 양천구 1곳으로 대폭 줄었다.

7곳 중에는 강남역도 포함돼 있었지만 계획 축소 과정에서 강남역은 제외됐다. 양천구 터널은 2020년 완공됐다.

당시 시민단체 등에선 오 시장의 대책을 ‘친환경이지 않은 무리한 토목공사’라며 반대했었다.

올해 수방·치수 예산이 지난해보다 896억원 줄어든 것도 논란이 됐다.

이에 현직인 오세훈 시장 책임론이 불거졌으나 서울시는 “작년 절대다수의 더불어민주당 시의회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시에서 편성·제출한 수방예산을 삭감해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올해 수방예산을 의결한 직전 서울시의회의 전체 110석 중 99석이 민주당이었다.

오 시장은 6·1지방선거 후 새롭게 구성된 서울시의회에서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삭감된 수방예산 292억원을 긴급 복원했다. 복원된 예산은 안전등급 D등급 이하 노후·불량 하수시설물 정비에 쓰인다.

서울시는 이번 피해 복구를 마무리한 후 현재 10년 전 기준으로 지정된 시간당 강우 처리 용량 목표치를 높이는 등 추가적인 치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엔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 목표를 현재 105~110㎜(현재 95㎜)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예산은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세훈 시장께서 과거에 준비했다가 행정권이 바뀌면서 추진하지 못했던 침수조·배수조, 물을 잡아주는 지하 터널(대심도 터널)이라든 지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논의해 집중호우 등 재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견을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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