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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고금리에 서민 등골 휘는데 은행 노조 “1억 연봉 적다”[광화문에서/정임수]

입력 2022-08-09 03:00업데이트 2022-08-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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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경제부 차장
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 6.1% 인상 등을 요구하다 결렬되자 1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 달 16일 모든 은행 업무를 중단하는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인 지 6년 만이 된다.

금융노조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6%를 넘는 데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사측이 제시한 1.4%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치솟는 물가에 실질임금 감소를 걱정하는 근로자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6.1% 인상은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1.4%)은 물론이고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체의 노사 협약 임금 인상률(5.3%)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평균 연봉 1억 원을 넘어선 은행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낸 것인지도 의문이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15조3300억 원이 넘는다. 작년 상반기보다 21% 급증한 사상 최대 규모다. 특별히 영업을 잘했다기보다는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를 막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자 은행들은 시장금리보다 더 빠르게 대출 금리를 올렸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면서 대출 이자 수익은 더 커졌다. 제조업이나 수출 기업들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실적을 높인 게 아니라 손쉬운 이자 장사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한 결과인 셈이다.

금융노조는 임금 인상과 더불어 1시간 단축된 영업시간을 유지하고 주 36시간(4.5일) 근무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은행 지점들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1시간 줄어든 뒤 여전히 그대로다. 올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된 뒤 식당 영업시간과 지하철 운행시간 등 대부분이 원상 복구됐지만 은행만 예외다.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방역 지침이 해제되면 교섭을 통해서만 영업시간 단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못 박은 탓이다. 디지털·비대면 금융거래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불편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하는 시간은 줄이면서 임금은 대폭 올려달라니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은행들이 고금리 호황을 누리는 동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급증하는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6월 현재 연 4.23%로 1년 새 1.31%포인트 뛰었다. 당분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예정이어서 빚을 늘려온 서민들의 고통은 쉽게 가시지 않을 듯하다.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의 복합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때에 은행 노조의 ‘임금 인상 파업’은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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